2012년 1월 4일, 인터넷 커뮤니티 4chan의 한 게시판에 흑백 이미지 한 장이 조용히 올라왔다. 검은 바탕에 흰 글씨로 짧은 문장이 적혀 있었다. "안녕하세요. 우리는 가장 지적인 인재를 찾고 있습니다(Hello. We are looking for highly intelligent individuals)." 그 아래에는 이 문장에 숨겨진 메시지를 찾아내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다는 안내가 붙어 있었다. 서명은 '3301'. 누가 올렸는지, 무엇을 위한 것인지는 아무것도 적혀 있지 않았다. 처음엔 흔한 장난이나 낚시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이 한 장의 그림은 그 뒤로 몇 년에 걸쳐, 전 세계의 암호학자·해커·프로그래머·수학자를 밤새 붙들어 놓게 되는 인터넷 역사상 가장 정교한 퍼즐의 시작이었다. 사람들은 이 정체불명의 조직을 '시카다 3301(Cicada 3301)'이라 불렀다. 시카다는 매미라는 뜻이다. 땅속에서 여러 해를 숨어 지내다 어느 여름 한꺼번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그 곤충처럼, 이 조직도 정확히 그렇게 움직였다.

한 장의 이미지에서 시작된 토끼굴
퍼즐을 처음 마주한 사람들이 가장 먼저 한 일은 그 흑백 이미지를 텍스트 편집기 같은 도구로 열어 보는 것이었다. 겉으로는 그냥 그림 파일이지만, 그 안에 눈에 보이지 않는 데이터가 숨어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게 이미지나 소리 파일 안에 다른 정보를 몰래 심어 두는 기술을 '스테가노그래피(steganography)'라고 부른다. 암호가 '내용을 알아볼 수 없게 뒤섞는 것'이라면, 스테가노그래피는 아예 '메시지가 있다는 사실 자체를 숨기는 것'에 가깝다. 겉으로는 평범한 사진 한 장이지만 그 픽셀 사이사이에 글자가 박혀 있는 식이다.
아니나 다를까, 이미지 안에는 숨은 글이 있었다. "TIBERIVS CLAVDIVS CAESAR"라는 로마 황제의 이름과 함께, 언뜻 보면 의미를 알 수 없는 문자열이 붙어 있었다. 여기서 '카이사르(CAESAR)'라는 이름이 힌트였다. 고대 로마에서 율리우스 카이사르가 썼다고 알려진 아주 오래된 암호 방식이 바로 '카이사르 암호'다. 알파벳을 정해진 칸 수만큼 밀어서 바꾸는 단순한 방식으로, 예를 들어 세 칸을 밀면 A는 D가 되고 B는 E가 된다. 참가자들은 이 문자열에 카이사르 암호를 적용해 알파벳을 네 칸씩 되돌렸고, 뒤죽박죽이던 문자열은 하나의 인터넷 주소로 풀렸다. 첫 관문이 열린 것이다.

점점 깊어지는 단계 — 책 암호와 소수의 전화번호
주소를 따라 들어가자 또 다른 이미지가 기다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아웃게스(OutGuess)라는 전문 스테가노그래피 도구를 써야 숨은 정보가 나왔다. 그렇게 꺼낸 것은 숫자 짝들이 늘어선 목록이었는데, 이는 '책 암호(book cipher)'라는 방식이었다. 책 암호는 특정한 책 한 권을 열쇠로 삼는다. 예를 들어 '몇 쪽, 몇 번째 줄, 몇 번째 단어'처럼 위치를 숫자로 가리키면, 그 책을 가진 사람만 해당 단어를 찾아 원래 메시지를 복원할 수 있다. 열쇠가 되는 책이 무엇인지 모르면 숫자는 그저 무의미한 나열일 뿐이다. 시카다가 지정한 책은 신화와 전설을 엮은 고전이었고, 참가자들은 그 책을 펴 놓고 숫자를 하나하나 대조해 가며 문장을 되살렸다.
이 과정에서 나온 결정적인 단서가 하나 있었다. 바로 미국의 전화번호(214-390-9608)였다. 반신반의하며 그 번호로 전화를 건 사람들은 자동 응답 녹음을 듣게 됐다. 녹음은 이렇게 말했다. "원본 이미지 파일과 관련된 세 개의 소수가 있다. 3301은 그중 하나다." 소수(素數)란 1과 자기 자신으로만 나누어지는 수를 말한다. 참가자들은 그 힌트를 붙잡고 처음의 이미지로 돌아갔다. 이미지의 가로세로 크기(509 × 503 픽셀)가 둘 다 소수였고, 여기에 조직의 이름인 3301을 곱했다. 그렇게 나온 숫자가 다음 웹사이트의 주소였다. 암호를 풀 뿐 아니라, 처음에 스쳐 지나간 그림의 크기까지 되짚어야 하는 다층 구조. 이 퍼즐이 얼마나 치밀하게 설계됐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새 주소로 들어가자 화면에는 매미 그림과 함께 카운트다운 시계가 떠 있었다. 시간이 다 되기 전까지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전 세계에서 몰려든 사람들이 시계가 0이 되기만을 기다렸다. 이 조직이 단순한 온라인 장난이 아니라는 것을, 그리고 다음 단계가 온라인 바깥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사람들이 직감하기 시작한 순간이었다.
리버 프리모와 전 세계 실제 좌표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사이트에는 열네 개의 GPS 좌표가 나타났다. 그것도 한 나라가 아니라 지구 곳곳에 흩어져 있었다. 미국의 캘리포니아·하와이·마이애미·뉴올리언스·시애틀, 그리고 폴란드 바르샤바, 프랑스 파리, 호주 시드니, 한국 서울까지. 온라인 퍼즐이 갑자기 물리적인 현실 세계로 튀어나온 것이다. 각 좌표가 가리키는 실제 장소에는 매미 그림과 QR코드가 인쇄된 종이가 붙어 있었다. 문제를 풀던 세계 각국의 참가자들은 직접, 혹은 그 도시에 사는 다른 참가자에게 부탁해 현장으로 갔고, 전봇대나 벽에 붙은 그 종이를 사진으로 찍어 QR코드를 읽었다. 서로 얼굴도 모르는 사람들이 대륙을 넘어 협력하기 시작했다.
QR코드가 가리킨 주소에는 공상과학 작가 윌리엄 깁슨의 시 한 편에서 따온 구절이 실려 있었고, 그 단서는 참가자들을 다시 온라인 깊은 곳으로 이끌었다. 이번 목적지는 일반 검색으로는 닿을 수 없는 곳, 즉 토어(Tor)라는 익명 네트워크 위에서만 접속되는 '어니언(.onion)' 주소였다. 흔히 '다크웹'이라 불리는 영역이다. 여기서 참가자들은 각자에게 개별적으로 암호화된 문제와 음악 형태로 된 암호까지 받게 됐다. 퍼즐은 스테가노그래피, 고전 암호, 책 암호, 소수, 물리적 좌표, 익명 네트워크를 차례로 관통하며, 한 사람이 혼자서는 도저히 넘을 수 없는 벽을 겹겹이 세워 두고 있었다.

이듬해인 2013년, 시카다는 더 거대한 것을 내놓았다. '리버 프리모(Liber Primus)' — 라틴어로 '첫 번째 책'이라는 뜻이다. 룬 문자로 빼곡히 채워진 암호책이었다. 여러 쪽에 걸친 이 책은 그 자체가 하나의 거대한 암호 덩어리였고, 지금까지도 오직 일부만이 해독됐을 뿐 대부분의 페이지는 여전히 풀리지 않은 채 남아 있다. 시카다가 무엇을 말하려 했는지, 이 책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는 아직 아무도 모른다.

최종 관문과 선택된 자들
가장 애타는 부분은 그 다음이다. 수많은 관문을 통과해 마지막 단계에 다다른 극소수의 사람들에게, 시카다는 개별적으로 연락을 취했다고 전해진다. 2013년 퍼즐을 풀어낸 마커스 워너 같은 실제 인물들의 증언에 따르면, 최종 단계까지 온 사람들은 곧바로 조직에 받아들여진 것이 아니었다. 그들은 먼저 몇 가지 질문을 받았다. 정보의 자유를 지지하는가, 온라인에서의 사생활과 자유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검열에 반대하는가. 이 물음에 만족스럽게 답한 사람들만이 비공개 포럼으로 초대됐고, 거기서 조직의 이상을 실현하는 어떤 과제를 직접 설계하고 완수하도록 요청받았다고 한다.
그러나 여기서부터 이야기는 안개 속으로 들어간다. 선택된 사람들이 정확히 무엇을 했는지, 그 포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대부분 베일에 싸여 있다. 일부는 침묵했고, 일부는 극히 단편적인 조각만을 이야기했다. "가장 지적인 인재를 찾는다"던 처음의 선언이 진짜였다면, 그렇게 뽑힌 이들은 지금 어디서 무엇을 하고 있는가. 이 질문은 시카다 퍼즐의 표면적인 암호들보다 훨씬 더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로 남았다.

2013년, 2014년, 그리고 침묵
시카다는 매미라는 이름값을 했다. 첫 퍼즐은 2012년 1월 4일에 나타났고, 두 번째는 정확히 1년 뒤인 2013년 1월 4일, 세 번째는 다시 1년 뒤인 2014년 1월 4일에 이번엔 트위터를 통해 등장했다. 매년 같은 날, 마치 계절을 아는 곤충처럼 정확하게 돌아온 것이다. 그러나 2014년의 세 번째 퍼즐은 끝내 완전히 풀리지 않았고, 2015년 1월 4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토록 규칙적이던 매미가, 그해에는 땅 위로 올라오지 않았다.
이후 시카다의 이름을 사칭하는 가짜 퍼즐과 사기가 곳곳에서 나타났다. 진짜와 가짜를 구별하기 위해, 시카다는 자신들의 모든 진짜 메시지에 오픈PGP라는 암호 기술로 디지털 서명을 붙였다. 이 서명은 위조할 수 없기 때문에, 서명이 없는 메시지는 시카다의 것이 아니라고 판별할 수 있었다. 그리고 검증된 서명이 붙은 시카다의 마지막 메시지는 2017년 4월에 올라왔다. 서명 없는 모든 퍼즐은 자신들과 무관하다는 내용이었다. 그 뒤로 진짜 시카다는 다시 나타나지 않았다.

정체를 둘러싼 설들
그렇다면 시카다 3301은 대체 누구였을까. 여기서부터는 확인된 사실이 아니라 어디까지나 추측과 설의 영역임을 분명히 해 둘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 어떤 개인이나 단체도 자신이 시카다임을 신뢰할 만한 방식으로 증명한 적이 없기 때문이다.
가장 흔히 거론되는 설은 이것이 미국 국가안보국(NSA), 중앙정보국(CIA), 혹은 영국 정보기관(MI6) 같은 곳이 뛰어난 암호·보안 인재를 남몰래 물색하기 위한 채용 수단이라는 주장이다. 실제로 정보기관은 늘 최고 수준의 암호 해독 능력을 갖춘 사람을 필요로 하므로 그럴듯하게 들린다. 그러나 이를 뒷받침하는 확실한 증거는 없으며, 어느 기관도 이를 인정하거나 부인한 바 없다. 두 번째 설은 암호학과 프라이버시, 인터넷 익명성을 신봉하는 어떤 비밀 결사나 지하 단체라는 것이다. 실제로 선택된 사람들이 정보의 자유와 검열 반대에 관한 질문을 받았다는 증언이 이 설과 맞아떨어지는 부분이 있다. 세 번째로는 일종의 사이비 종교나 컬트라는 시각, 네 번째로는 정교하게 만들어진 대체현실게임(ARG), 즉 거대한 놀이이자 예술 프로젝트였을 뿐이라는 시각도 있다. 심지어 은행이나 사이버 보안 기업이 인재를 뽑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추측까지 존재한다. 이 모든 설은 각자 나름의 근거를 대지만, 어느 하나도 사실로 확정되지 않았다. 시카다는 자신의 정체에 대해 단 한 번도 직접 말한 적이 없다.

지금도 남는 질문
오늘날 우리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은 의외로 단순하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301'이라 서명한 누군가가 세 차례에 걸쳐 극도로 정교한 퍼즐을 세상에 던졌다. 그 퍼즐은 스테가노그래피와 고전 암호와 책 암호를 지나, 전 세계 실제 도시의 좌표와 다크웹까지 이어졌다. 그것을 끝까지 풀어낸 극소수는 어딘가로 조용히 초대됐다. 그리고 2017년을 마지막으로, 시카다는 다시 땅속으로 사라졌다.
우리가 여전히 모르는 것은 그보다 훨씬 많다. 이 조직은 정말로 존재했는가, 아니면 정교하게 짜인 하나의 거대한 연극이었는가. 그들이 찾던 '가장 지적인 인재'는 어떤 목적에 쓰였는가. 리버 프리모의 풀리지 않은 페이지들 뒤에는 무엇이 적혀 있는가. 매미는 왜 하필 매년 1월 4일에만 나타났고, 왜 어느 순간 완전히 침묵했는가. 인터넷에는 수많은 미스터리가 있지만, 시카다 3301만큼 정교하고, 세계구로 뻗어 있으며, 끝내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사례는 드물다. 매미는 원래 오랜 침묵 끝에 다시 돌아오는 곤충이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가 모르는 어딘가에서 다음 여름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