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이 되면 소리가 시작된다. 멀리서 디젤 엔진이 공회전하는 듯한, 혹은 거대한 기계가 지하 어딘가에서 낮게 돌아가는 듯한 웅웅거림이다. 방문을 닫아도, 귀를 막아도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세상이 조용해지는 한밤중일수록 더 또렷해진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있다. 같은 방에 있는 다른 사람은 그 소리를 전혀 듣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에게는 그저 고요한 밤일 뿐이다. 소리를 듣는 사람은 자신이 미쳐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하기 시작하고, 듣지 못하는 사람은 그가 예민하거나 착각하는 것이라고 여긴다. 이것이 수십 년째 전 세계 곳곳에서 보고되어 온 정체불명의 저주파 소음, 흔히 '험(The Hum)'이라 불리는 현상이다.

고요한 밤, 창밖으로 흐릿한 불빛이 보이는 어두운 침실 (AI 생성 이미지)
고요한 밤, 창밖으로 흐릿한 불빛이 보이는 어두운 침실 (AI 생성 이미지)

들리는 사람과, 들리지 않는 사람

험을 이해하기 위해 가장 먼저 짚어야 할 것은, 이 소리가 모든 사람에게 들리는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여러 조사에서 험을 감지하는 사람은 특정 지역 인구의 대략 2% 정도로 추정된다. 즉 나머지 98%에게는 존재하지 않는 소리다. 이 선택적인 성질이야말로 험을 오랫동안 미스터리로 만든 핵심이다. 만약 실제로 공기 중을 떠도는 큰 소리라면 모두가 함께 들어야 마땅한데, 험은 유독 소수의 귀에만 걸린다.

들리는 사람들의 묘사는 놀라울 만큼 일관된다. 대부분 아주 낮은 저음의 웅웅거림, 트럭이 시동을 건 채 멀리 서 있는 듯한 소리라고 말한다. 흥미로운 것은 사람마다 감지하는 주파수가 조금씩 다르다는 점이다. 1990년대 미국 뉴멕시코 타오스에서 이뤄진 조사에서는, 험을 듣는 사람들이 각자 대략 32헤르츠에서 80헤르츠 사이의 서로 다른 저주파를 보고했다. 그리고 그 소리가 완전히 일정한 것이 아니라 초당 0.5회에서 2회 정도로 미세하게 강약이 오르내린다고 했다. 또한 젊은 사람보다는 중년 이후 연령대에서 더 많이 감지되는 경향이 관찰됐다.

험은 대개 밤에, 그리고 실내에서 더 크게 들린다. 낮 동안에는 도시의 온갖 소음에 묻혀 있다가, 세상이 조용해지는 밤이 되면 배경에서 스멀스멀 떠오르는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방음이 잘 된 조용한 방일수록 험이 더 또렷하게 들린다는 보고가 많다. 주변 소음이 사라지면서 그동안 가려져 있던 낮은 웅웅거림이 상대적으로 도드라지기 때문으로 보인다.

귀를 두 손으로 막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의 실루엣, 어두운 방 (AI 생성 이미지)
귀를 두 손으로 막고 침대 가장자리에 앉아 있는 사람의 실루엣, 어두운 방 (AI 생성 이미지)

타오스 험 — 1990년대의 조사

험이 세계적으로 널리 알려지게 된 계기는 1990년대 초 미국 뉴멕시코의 작은 도시 타오스에서였다. 이 무렵 타오스 주민들 사이에서 낮은 웅웅거림에 시달린다는 호소가 잇따랐다. 밤마다 이어지는 그 소리 때문에 잠을 이루지 못하고, 두통과 스트레스에 시달린다는 것이었다. 소리를 듣는 사람들은 점점 늘어났고, 그들은 자신들이 겪는 고통이 결코 상상의 산물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주민들의 호소가 거세지자, 1993년 로스앨러모스 국립연구소와 뉴멕시코 대학교 등 여러 기관의 과학자들이 정밀 측정 장비를 들고 타오스로 모여들었다. 이들은 인간이 들을 수 있는 범위를 훨씬 넘어서는 넓은 대역의 음파를 측정할 수 있는 장비로 소리의 정체를 찾아 나섰다. 만약 험이 실제 물리적인 소리라면, 그 발생원을 특정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였다. 하지만 조사 결과는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험을 듣는다고 호소하는 주민들은 분명히 존재하는데, 정작 그들이 듣는다는 소리에 대응하는 뚜렷한 음향적 근원은 잡히지 않았다. 어디에서 오는지, 무엇이 내는 소리인지 확정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렇게 '타오스 험'은 명확한 답 없이 하나의 미스터리로 자리 잡았다.

건조한 사막 고원 위에 자리한 뉴멕시코의 작은 마을, 멀리 산맥이 보이는 황혼 (AI 생성 이미지)
건조한 사막 고원 위에 자리한 뉴멕시코의 작은 마을, 멀리 산맥이 보이는 황혼 (AI 생성 이미지)

세계 곳곳의 험

험은 결코 타오스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사실 기록상 더 이른 사례는 대서양 건너 영국에 있다. 1970년대, 영국의 항구 도시 브리스틀에서 수백 명의 주민이 밤마다 들리는 낮은 웅웅거림을 호소했다. 지역 신문에는 이 소음에 대한 항의 편지가 빗발쳤다. 당시 브리스틀에서 보고된 소리는 대략 50헤르츠 부근의 저음이었다고 전해진다. 이후 플리머스, 사우샘프턴, 스완지 같은 영국의 다른 해안 도시들에서도 비슷한 호소가 이어졌다. 험이 유독 해안가 도시에서 자주 보고된다는 점은, 훗날 이 현상의 원인을 추적하는 하나의 단서가 되기도 했다.

이후로도 험은 세계 여러 곳에서 모습을 드러냈다. 뉴질랜드 오클랜드에서는 2000년대에 험이 보고됐고, 일부 연구자가 소리를 녹음하는 데 성공했는데 대략 56헤르츠 부근의 저주파였다고 한다. 캐나다 온타리오주의 윈저에서는 2010년대 들어 주민들이 웅웅거림을 호소했다. 이처럼 험은 특정 나라나 문화에 국한되지 않고, 지구 곳곳에서 산발적으로, 그러나 놀랍도록 비슷한 형태로 반복해 나타나 왔다. 서로 다른 대륙의 사람들이 서로를 알지 못한 채 거의 같은 소리를 묘사한다는 사실은, 이 현상이 단순한 개인의 착각으로만 치부하기 어렵다는 점을 보여준다.

송전탑과 굴뚝이 늘어선 산업 지대의 밤 풍경, 낮은 불빛 (AI 생성 이미지)
송전탑과 굴뚝이 늘어선 산업 지대의 밤 풍경, 낮은 불빛 (AI 생성 이미지)

듣는 이의 고통

험을 다룰 때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되는 것이 있다. 그것을 듣는 사람들에게 험은 단순한 호기심의 대상이 아니라, 삶을 잠식하는 실질적인 고통이라는 사실이다. 험을 감지하는 사람들은 밤마다 이어지는 소리 때문에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고 호소한다. 만성적인 수면 부족은 두통과 불안, 집중력 저하로 이어지고, 여기에 '이 소리가 대체 어디서 오는지 아무도 모른다'는 무력감과, '남들은 아무도 듣지 못한다'는 고립감이 더해진다.

가장 견디기 힘든 부분은 바로 이 고립감일지도 모른다. 소리를 듣는 사람은 분명히 괴로운데, 가족도 이웃도 그 소리를 함께 듣지 못하기 때문에 자신의 고통을 온전히 이해받지 못한다. 때로는 예민하다거나 신경성이라는 말을 듣기도 한다. 실제로 영국에서는 험으로 인한 극심한 고통 끝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례가 보고되기도 했다. 이는 험이 결코 가벼운 소음 문제가 아니라, 어떤 이들에게는 삶의 질을 심각하게 무너뜨리는 문제임을 보여준다. 그래서 험을 연구하는 이들은 이 현상을 대할 때, 원인을 규명하는 일 못지않게 듣는 사람의 고통을 진지하게 받아들이는 태도가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불 꺼진 방 안, 시계가 새벽 시간을 가리키고 뒤척이는 사람의 뒷모습 (AI 생성 이미지)
불 꺼진 방 안, 시계가 새벽 시간을 가리키고 뒤척이는 사람의 뒷모습 (AI 생성 이미지)

원인을 찾아서 — 이명, 산업 소음, 그리고 지각의 진동

그렇다면 험의 정체는 무엇일까. 수십 년간 여러 갈래의 설명이 제시됐고, 그중 일부는 실제로 설득력 있게 검증됐다. 먼저 이해해야 할 개념이 저주파음이다. 저주파음은 인간의 청각이 감지할 수 있는 한계에 가까운, 아주 낮은 대역의 소리를 말한다. 주파수가 낮을수록 소리는 멀리까지, 벽과 창을 뚫고 전달되는 성질이 있어, 발생원이 어디인지 특정하기가 유독 어렵다. 험이 실내에서 더 크게 들리는 것도 이 저주파음의 특성과 관련이 있다.

첫 번째 유력한 설명은 산업 소음이다. 대형 공장의 냉각탑이나 압축기, 발전기, 가스관, 변전소 같은 설비는 아주 낮은 주파수의 진동을 끊임없이 만들어낸다. 실제로 험의 여러 사례는 이런 산업적 발생원으로 규명됐다. 미국 시애틀의 한 지역에서 보고된 험은 어느 산업용 진공 펌프가 원인으로 밝혀져, 소음기를 교체하자 사라졌다. 뉴질랜드의 한 사례는 항구에 정박한 선박의 디젤 발전기가 원인이었다. 캐나다 윈저의 험은 인근 산업 지대에서 나오는 소음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지목됐다. 이처럼 발생원이 명확히 밝혀져 해결된 사례들은, 험 중 상당수가 우리 문명이 만들어낸 저주파 소음일 수 있음을 보여준다.

두 번째 설명은 소리가 바깥이 아니라 듣는 사람의 몸 안에서 온다는 것이다. 대표적인 것이 이명이다. 이명은 외부에 실제 소리가 없는데도 귀울림이나 웅웅거림이 들리는 증상으로, 저주파 형태의 이명이 험처럼 느껴질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이와 관련해 '자발 이음향 방사'라는 현상도 거론된다. 이는 사람의 귀 자체가 아주 미세한 소리를 스스로 만들어내는 현상인데, 정상 청력을 가진 성인 상당수에게서 나타난다. 평소에는 의식되지 않던 이 내부의 소리를, 어떤 사람들이 외부의 소음으로 인식하는 것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이 경우 험은 방 안 어딘가가 아니라, 듣는 이의 귀와 뇌가 함께 빚어내는 소리인 셈이다.

이 밖에도 바다의 파도가 해저와 부딪치며 만드는 미세한 지각 진동, 즉 미소지진이 험의 원인일 수 있다는 견해가 있다. 험이 해안 도시에서 자주 보고되는 것과 이 설명은 잘 맞아떨어진다. 다만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이 있다. 이 모든 설명들 — 산업 소음, 이명과 이음향 방사, 지각 진동 — 은 어디까지나 일부 사례를 설명해줄 뿐, 전 세계에서 보고된 험 전부를 하나로 설명하지는 못한다는 점이다. 실제로 발생원을 찾아 해결한 사례도 있지만, 정밀 조사를 하고도 끝내 뚜렷한 원인을 찾지 못한 사례가 여전히 다수를 차지한다. 험은 하나의 단일한 현상이 아니라, 서로 다른 여러 원인이 비슷한 증상으로 나타나는 것일 가능성이 높다.

저주파 음파의 파형이 어둠 속에서 물결처럼 퍼져나가는 추상적 시각화 (AI 생성 이미지)
저주파 음파의 파형이 어둠 속에서 물결처럼 퍼져나가는 추상적 시각화 (AI 생성 이미지)

근거 없는 음모론들

원인이 명확히 규명되지 않은 미스터리에는 늘 그렇듯 험에도 온갖 음모론이 따라붙었다. 비밀 정부 프로젝트가 저주파를 이용해 무언가를 하고 있다는 설, 대기 연구 시설인 하프(HAARP)가 험을 만들어낸다는 설, 심지어 미확인 비행 물체와 관련이 있다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이런 주장들은 험을 다룬 인터넷 커뮤니티와 일부 매체를 통해 꾸준히 확산돼 왔다.

그러나 분명히 해둘 것은, 이런 음모론들을 뒷받침하는 신뢰할 만한 증거는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들은 어디까지나 근거 없는 설일 뿐이다. 원인을 알 수 없다는 불안이 낳은 상상에 가깝다. 오히려 지금까지 실제로 규명된 험의 사례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산업 설비나 인체의 청각 특성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미스터리가 크게 느껴지는 것과, 그 원인이 초자연적이거나 음모적이라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험이 여전히 많은 부분 미규명 상태인 것은 사실이지만, 그 공백을 근거 없는 음모론으로 메우는 것은 문제의 본질을 흐릴 뿐이다.

송전탑 너머로 붉게 물든 밤하늘, 정적에 잠긴 교외 주택가 (AI 생성 이미지)
송전탑 너머로 붉게 물든 밤하늘, 정적에 잠긴 교외 주택가 (AI 생성 이미지)

아직 남은 웅웅거림

새벽녘, 창가에 홀로 서서 바깥을 바라보는 사람의 뒷모습 (AI 생성 이미지)
새벽녘, 창가에 홀로 서서 바깥을 바라보는 사람의 뒷모습 (AI 생성 이미지)

오늘 우리가 확실하게 말할 수 있는 것을 추려 보면 이렇다. 전 세계 곳곳에서 사람들은 밤마다 들리는 낮은 웅웅거림을 호소해왔고, 그 소리를 듣는 사람은 인구의 약 2%에 불과하다. 1990년대 타오스, 1970년대 브리스틀을 비롯해 여러 도시에서 반복적으로 보고됐다. 일부 사례는 산업용 펌프나 선박 발전기 같은 명확한 발생원이 밝혀져 해결됐고, 또 다른 사례는 이명이나 이음향 방사 같은 인체 내부의 원인으로 설명된다. 그리고 듣는 이들에게 험은 결코 상상이 아니라, 잠과 일상을 무너뜨리는 실질적인 고통이다.

그러나 우리가 여전히 모르는 것이 더 많다. 왜 하필 특정한 2%의 사람에게만 들리는가. 정밀 장비로도 발생원을 잡아내지 못한 그 많은 사례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오는 소리인가. 산업 소음도, 이명도, 지각 진동도 저마다 일부는 설명하지만, 전 세계의 험을 하나로 꿰는 답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어쩌면 험이라는 이름 아래 우리가 뭉뚱그려 부르는 것은, 실은 서로 다른 여러 소리의 집합일지도 모른다. 오늘 밤에도 지구 어딘가에서는 누군가가 남들은 듣지 못하는 그 낮은 웅웅거림에 귀를 기울이며 잠 못 이루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소리가 어디에서 오는지, 우리는 아직 온전히 알지 못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