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년 5월 28일 새벽 3시 10분.
부산 광안리의 한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일을 마치고 돌아온 30대 남자가 올라탑니다.
CCTV에 찍힌, 지극히 평범한 귀가 장면입니다.
이것이 이 남자의 마지막 모습이 됩니다.
그리고 세 시간 반 전, 같은 엘리베이터에는 마트 장바구니를 든 그의 아내가 타고 있었습니다.
그것이 아내의 마지막 모습이 됩니다.
두 사람은 그날 이후 지금까지 발견되지 않았습니다.

결혼 6개월 차 부부
남편 전 씨는 당시 34살. 음악을 전공하고 밴드 활동을 하다가 음식점을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아내 최 씨는 33살. 극단에서 활동하던 연극배우였습니다.
두 사람은 2015년 11월에 결혼했습니다. 사라졌을 때, 결혼 6개월 차였습니다.
광안리의 아파트에서 강아지 한 마리와 함께 사는, 어디에나 있을 법한 신혼부부였습니다.

마지막 밤
2016년 5월 27일 금요일 밤 11시경.
아내 최 씨가 마트에서 장을 보고 아파트 엘리베이터에 오릅니다.
장바구니를 든 평범한 모습이 CCTV에 담겼습니다.

다음 날 새벽 3시 10분.
남편 전 씨가 퇴근해 같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갑니다.

여기까지는 아무 문제가 없습니다.
부부는 집에 들어갔고, 불이 꺼졌고, 밤이 지나갔습니다.
문제는, 그다음이 없다는 겁니다.
사라진 다음 날
5월 28일 토요일.
아내 최 씨는 예정돼 있던 공연에 아무 연락 없이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무대에 서는 배우가 공연을 말없이 빠지는 일은 없습니다.
5월 29일.
남편 전 씨의 휴대폰에서 동업자에게 문자가 한 통 발송됩니다.
"내가 해결해야만 하는 사건이 있다. 한 달에서 두 달 정도 못 나갈 것 같다."
이 문자를 정말 남편이 보낸 건지는 지금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5월 31일.
연락이 닿지 않는 아들 부부를 걱정한 남편의 아버지가 경찰에 신고합니다.
스무 대가 넘는 CCTV, 나가는 장면 0
경찰은 아파트에 설치된 CCTV 22대를 전부 돌려봤습니다.
주차장 9대. 건물 외부 13대.
부부가 집으로 들어오는 장면은 분명히 있었습니다.
나가는 장면은, 단 한 컷도 없었습니다.

차는 주차장에 그대로 서 있었습니다.
걸어서도, 차로도, 두 사람은 그 건물을 나간 기록이 없습니다.
경찰 관계자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CCTV를 전부 피해서 나가는 게 불가능하지는 않지만, 첩보영화 수준의 동선이 필요했을 거라고.
신혼부부가, 한밤중에, 왜.

멈춰 있는 집
집 안은 이상할 만큼 평온했습니다.
마트에서 사 온 식재료가 식탁 위에 그대로 놓여 있었습니다.
내일 아침을 준비하려던 흔적이요.
휴대폰과 지갑을 두고 간 정황. 침입 흔적 없음. 몸싸움 흔적 없음. 혈흔 반응 없음.
그리고 강아지 혼자 빈집을 지키고 있었습니다.
도망친 사람의 집이 아닙니다. 잠깐 나갔다 올 사람의 집입니다.

며칠 뒤, 휴대폰이 움직였다
이 사건이 진짜 이상해지는 건 여기서부터입니다.
6월 2일 오전 9시경. 남편의 휴대폰이 부산 기장군의 버스정류장 부근에서 마지막 신호를 남깁니다.
같은 날 오후 10시경. 아내의 휴대폰은 서울 천호동 인근에서 마지막 신호를 남깁니다.
집 밖으로 나가는 모습이 어디에도 없던 두 사람의 휴대폰이,
닷새 뒤, 부산과 서울, 400킬로미터 떨어진 두 도시에서 따로따로 울리고 꺼진 겁니다.
두 사람이 움직인 걸까요.
아니면, 누군가 두 사람의 휴대폰을 옮긴 걸까요.

수사, 그리고 한 사람
경찰은 처음엔 자발적 잠적을 의심했지만 일주일 만에 강력사건으로 전환했습니다.
차도, 지갑도, 강아지도 두고 스스로 증발하는 신혼부부는 없으니까요.

수사망에 한 사람이 걸려들었습니다.
남편의 고등학교 시절 첫사랑이자 오랜 내연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진 여성 A씨.
A씨의 행적은 수상했습니다.
부부가 사라지기 몇 주 전, 가족에게도 알리지 않고 조용히 한국에 입국.
호텔 대신 모텔과 찜질방을 옮겨 다니며 현금만 사용.
부부가 사라진 뒤, 예정보다 2주 일찍 출국.
그리고 노르웨이로 돌아가 변호사를 선임했습니다.

2017년 3월, 인터폴 적색수배. 노르웨이 현지에서 A씨의 신병이 확보됩니다.
여기까지 오는 데 1년이 걸렸습니다.
그런데.
노르웨이 법원의 결정
2019년, 노르웨이 법원은 한국의 송환 요청을 거부합니다.
이유는 하나였습니다.
직접 증거 부족.
시신이 없습니다. 범행 현장이 없습니다. 자백이 없습니다.
부부가 "죽었다"는 것조차 증명할 수 없는 사건에서, 법원이 사람을 넘겨줄 수는 없었습니다.

A씨는 풀려났습니다.
경찰은 지금도 매년 수배 기간을 연장하고 있습니다.
분명히 해둘 것이 있습니다. A씨는 용의자로 지목됐을 뿐, 범행이 입증된 적은 없습니다.
어쩌면 A씨도 이 사건과 무관할지 모릅니다.
그렇다면 두 사람은 대체 어디로 간 걸까요.
이 서랍을 닫기 전에
2016년 5월의 그 밤 이후, 9년이 흘렀습니다.
식탁 위 식재료는 치워졌고 강아지는 새 가족을 만났고 아파트에는 다른 사람이 삽니다.
하지만 질문은 하나도 치워지지 않았습니다.
들어간 사람 둘. 나온 사람 0. 움직인 휴대폰 두 대.
가족들은 지금도 두 사람의 생사만이라도 알고 싶다고 말합니다.
혹시 이 사건에 대해 아는 것이 있다면, 그것이 아무리 사소해 보여도 경찰에 제보해 주세요.
어딘가에는 그날 새벽의 답을 아는 사람이 분명히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