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사건은 어린아이가 피해자인 가슴 아픈 사건입니다.

잔인한 장면은 묘사하지 않고, 아직 잡히지 않은 범인과 남은 단서에 대해서만 정리하겠습니다.

이 글이 누군가의 기억을 깨우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해질 무렵의 동네 놀이터 — 2000년 그 여름 저녁도, 이런 풍경이었을 것이다.
해질 무렵의 동네 놀이터 — 2000년 그 여름 저녁도, 이런 풍경이었을 것이다.

2000년 8월 5일 저녁

인천 계양구 작전동의 한 아파트 놀이터.

여름 저녁, 아이들 몇 명이 놀이터에서 놀고 있었습니다.

시각은 저녁 8시가 조금 넘었습니다.

낯선 남자 하나가 아이들에게 다가와 물었습니다.

"얘들아, 현대백화점 가려면 어느 쪽으로 가야 하니?"

지극히 평범한 질문이었습니다.

아이들은 아무 의심 없이 길을 알려주려 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 남자는 돌변했습니다.

일곱 살 여자아이가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남자는 곧바로 어둠 속으로 사라졌습니다.

아이들이 본 얼굴

이 사건에는 목격자가 있었습니다.

함께 놀던 아이들이었습니다.

하지만 모두 어린아이였기에 그들의 진술만으로 범인을 특정하기는 어려웠습니다.

그래도 아이들은 그 남자의 얼굴을 기억해냈습니다.

경찰은 아이들의 진술을 모아 몽타주를 만들었습니다.

무려 5,000장이 전국에 뿌려졌습니다.

아이들의 진술로 만든 범인 몽타주 — 25년째 이 얼굴을 찾고 있다. (공개수배 자료)
아이들의 진술로 만든 범인 몽타주 — 25년째 이 얼굴을 찾고 있다. (공개수배 자료)

TV 공개수배 프로그램에도 이 사건이 소개됐습니다.

전국에서 제보가 들어왔지만, 그중 어느 것도 그 남자를 가리키지 못했습니다.

3개월 전, 같은 동네

경찰이 이 사건을 더 무겁게 본 데는 이유가 있었습니다.

불과 3개월 전, 같은 작전동에서 비슷한 사건이 있었습니다.

같은 동네의 다른 아파트 화단에서, 어머니가 잠시 집에 다녀온 십여 분 사이에

어린 여자아이가 같은 방식으로 희생됐습니다.

금품을 노린 흔적도, 다른 목적의 흔적도 없었습니다.

짧은 시간에 벌어진, 목적을 알 수 없는 범행.

두 사건의 방식이 너무 닮아 있었습니다.

경찰은 동일범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다고 봤습니다.

한 동네에서, 3개월 사이에, 같은 사람이 두 번.

공개수배 전단 — 두 사건의 범인은 같은 사람으로 추정됐다. (공개수배 자료)
공개수배 전단 — 두 사건의 범인은 같은 사람으로 추정됐다. (공개수배 자료)

시효를 넘긴 사건

시간이 흘렀습니다.

당시 법으로 살인죄의 공소시효는 15년이었습니다.

2015년 8월, 이 사건의 공소시효가 만료될 예정이었습니다.

시효가 지나면 범인을 잡아도 처벌할 수 없게 됩니다.

25년 동안 아이의 죽음을 기억해온 사람들에게 그것은 두 번째 상실이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시점에, 법이 바뀌었습니다.

'태완이법'.

또 다른 어린 피해자의 이름을 딴 이 법은, 살인죄의 공소시효를 폐지했습니다.

그리고 아직 시효가 완성되지 않은 사건에 소급 적용됐습니다.

작전동 사건은, 만료를 코앞에 두고 극적으로 이 법의 적용을 받았습니다.

시효가 사라진 겁니다.

즉,

그 남자는 지금 잡혀도 처벌받습니다.

이 서랍을 닫기 전에

인천 작전동 사건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경찰의 미제사건 전담팀이 지금도 이 사건을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25년 전 그날 저녁, 놀이터에서 길을 물었던 남자는 지금 어딘가에서 평범하게 살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때 그를 목격했던 아이들은 이제 어른이 됐습니다.

그리고 그 몽타주 속 얼굴은 여전히, 누군가 알아봐 주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혹시 이 얼굴에서 아는 사람이 떠오른다면,

그것이 25년 전 일이라 해도 결코 늦지 않았습니다.

시효는 사라졌고, 사건은 열려 있습니다.

작은 기억 하나가, 한 아이의 이름을 지켜줄 수 있습니다.

불이 켜지기 시작한 저녁 놀이터 — 누군가는 아직도 그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
불이 켜지기 시작한 저녁 놀이터 — 누군가는 아직도 그 얼굴을 기억하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