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시 단원구 초지동.

평범한 아파트 단지였습니다.

그 단지 놀이터 한쪽에는 낡은 리어카 한 대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폐지 줍는 리어카처럼 생긴, 짐 위에 파란 천이 덮인 흔한 손수레.

바퀴에는 흙이 말라붙어 있었고, 천은 볕에 바래 있었습니다.

특별할 것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누군가 잠깐 세워둔 짐수레. 곧 치워질 물건.

동네 사람 누구도 그것을 오래 눈여겨보지 않았습니다.

아이들은 매일 그 옆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그네를 밀며 뛰어놀았습니다.

그 리어카가 얼마나 오래 그 자리에 있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세워진 날짜를 기억하는 사람이 없다는 것.

나중에 돌아보면 그것부터가 이상한 일이었습니다.

이 기록을 정리한 사람은 K. Woo입니다.

국내 미제 사건 자료를 훑다가 이 건의 연표 앞에서 한참을 멈췄습니다.

날짜가 하나도 없었기 때문입니다.

발견된 날은 2011년 7월 6일 오후 3시 10분으로 분 단위까지 남아 있는데,

그 리어카가 세워진 날은 어느 문서에도 적혀 있지 않았습니다.

시작이 비어 있는 연표는 제가 다뤄본 중 이 사건이 거의 유일합니다.

2011년 7월 6일

그날, 한 주민이 관리사무소에 요청했습니다.

"놀이터에 방치된 저 리어카, 아이들이 부딪혀 다치겠어요. 좀 치워주세요."

오후 3시 10분경, 경비원이 리어카를 치우러 갔습니다.

짐을 덮은 파란 천을 걷어내자 아이스박스가 나왔습니다.

여름철 놀이터에 있는 아이스박스는 이상할 게 없습니다.

다만 하나, 이상한 것이 있었습니다.

옮기려는데, 아이스박스가 지나치게 무거웠습니다.

빈 통이라면 있을 수 없는 무게였습니다.

경비원은 무심코 그 뚜껑을 열었습니다.

그 안에는, 하얀 비닐로 수십 겹을 감싼 여행용 가방이 들어 있었습니다.

바닥에는 검은 액체가 고여 있었고, 견디기 힘든 냄새가 올라왔습니다.

그리고 그 가방 안에, 한 여성이 있었습니다.

경비원의 신고로 경찰이 출동했습니다.

가장 평범해 보이던 놀이터가, 그날 사건 현장이 됐습니다.

3년

수사가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밝혀진 사실이 사람들을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그 리어카는, 약 3년 동안 그 놀이터에 있었습니다.

3년.

주민들의 기억을 맞춰보고 관리사무소의 기록을 되짚어보니, 리어카가 그 자리에 선 것은 2008년 무렵으로 거슬러 올라갔습니다.

그동안 봄이 세 번 오고 여름이 세 번 지나가는 사이,

아이들은 매일 그 리어카 옆에서 놀았던 겁니다.

그 안 아이스박스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아무도 모른 채로.

부모들은 아이를 그 놀이터에 보냈고, 할머니들은 그 옆 벤치에 앉아 쉬었습니다.

여름이면 그 옆에서 물놀이를 했고, 겨울이면 눈사람을 만들었습니다.

그 오랜 시간 동안 누구도 리어카를 의심하지 않았습니다.

너무 평범해서, 오히려 보이지 않았던 겁니다.

가장 평범한 동네 놀이터가 사실은 3년째 시신 유기 현장이었다는 것.

이 사건이 지금도 사람들을 소름 돋게 하는 이유입니다.

지워진 사람

피해자는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40대 여성이었습니다.

한쪽 팔이 불편했고, 장애수당과 기초생활수급으로 하루하루를 이어가던 사람이었습니다.

바로 그 아파트 단지의 주민이었습니다.

기록을 추적하니 그녀는 2006년 무렵부터 행적이 완전히 끊겨 있었습니다.

병원 진료 기록도, 복지 상담 기록도, 그 이후로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습니다.

몇 년 뒤 주민등록은 말소됐고, 그런데도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았습니다.

실종 신고조차 없었습니다.

시신의 목과 양쪽 엄지손가락은 절단돼 있었습니다.

신원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들려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지문도, 얼굴도 지운 채 가방에 넣어 유기한 것입니다.

한 사람이 세상에서 사라졌는데, 그 사라짐을 눈치챈 사람조차 없었습니다.

사라진 것이 아니라, 지워진 것에 가까웠습니다.

밤의 놀이터에 세워진 리어카 — 그 옆에서 아이들은 3년을 놀았다.
밤의 놀이터에 세워진 리어카 — 그 옆에서 아이들은 3년을 놀았다.

사라진 용의자

수사망에는 한 남성이 걸려들었습니다.

그 리어카의 주인이자, 피해자의 보호자 겸 동거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진 정 씨였습니다.

그는 한때 피해자의 행정 절차를 대신 처리해주던 사람이기도 했습니다.

그에게는 수상한 정황이 여럿 있었습니다.

먼저, 피해자가 사라진 뒤에도 그녀 앞으로 나오는 장애수당과 정부 지원금이 그녀 명의 계좌에서 계속 인출되고 있었습니다.

세상에 없는 사람의 돈이, 누군가의 손으로 계속 빠져나간 겁니다.

게다가 그에게는 과거 아내를 살해한 전과가 있었습니다.

수사관들에게 이 조합은 그냥 지나칠 수 없는 것이었습니다.

경찰이 그를 조사하려 했을 때, 그러나 결정적인 벽에 부딪혔습니다.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2009년, 암으로 세상을 떠난 뒤였습니다.

리어카가 그 자리에 있던 3년 사이, 정작 물어볼 사람은 이미 사라지고 없었습니다.

밤 아파트 놀이터 — 가로등 아래, 그네만 미동 없이 서 있다.
밤 아파트 놀이터 — 가로등 아래, 그네만 미동 없이 서 있다.

이 기록을 덮기 전에

유력한 용의자는 사망했고, 2011년 당시 그 놀이터 인근에는 CCTV가 거의 없었으며, 피해자의 마지막 몇 년은 어둠에 묻혀 있습니다.

부검으로도 정확한 사망 시점과 사인을 특정하기 어려웠습니다. 시신의 부패가 너무 심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았습니다.

분명히 해둘 것은, 정 씨는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을 뿐 범행이 입증되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그가 이미 사망한 이상, 법정에서 다퉈볼 기회조차 영영 사라졌습니다.

이제 진실을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만 하나만 생각해 봅니다.

3년 동안 그 리어카 옆에서 놀던 아이들은 이제 다 자랐을 겁니다.

그 아이들 중 누구도, 자기가 어떤 것 옆에서 매일 웃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일은 때때로, 가장 평범한 얼굴을 하고 우리 곁에 놓여 있습니다.

3년 동안, 아무렇지 않게.

자료를 덮으면서도 저는 한 가지를 정리하지 못했습니다.

정 씨는 2009년에 죽었습니다.

그런데 리어카는 2011년까지 그 자리에 있었습니다.

그 2년 동안, 그것을 치우러 온 사람은 없었습니다.

주인이 없어진 물건이 누구의 것도 아닌 채로 놀이터 한쪽에 서 있던 두 해.

그 시간을 뭐라고 불러야 할지 저는 아직 답을 못 찾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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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이미지와 영상은 이야기의 분위기를 전하기 위해 제작한 AI 생성물이며, 실제 인물이나 사건을 촬영한 사진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