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안산의 한 아파트 단지.

그 단지 놀이터 한쪽에는 낡은 리어카 한 대가 세워져 있었습니다.

폐지 줍는 리어카처럼 생긴, 짐 위에 파란 천이 덮인 흔한 손수레.

특별할 것 없는 물건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매일 그 옆에서 미끄럼틀을 타고 그네를 밀며 뛰어놀았습니다.

그 리어카가 얼마나 오래 그 자리에 있었는지는

아무도 정확히 기억하지 못했습니다.

실제로 시신이 유기됐던 그 리어카 — 놀이터 한쪽에 세워진 채였다. (사건 관련 방송화면)
실제로 시신이 유기됐던 그 리어카 — 놀이터 한쪽에 세워진 채였다. (사건 관련 방송화면)

2011년 7월 6일

그날, 한 주민이 관리사무소에 요청했습니다.

"놀이터에 방치된 저 리어카, 아이들이 부딪혀 다치겠어요. 좀 치워주세요."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시각, 경비원이 리어카를 치우러 갔습니다.

짐을 덮은 파란 천을 걷어내자 아이스박스가 나왔습니다.

여름철 놀이터에 있는 아이스박스는 이상할 게 없습니다.

경비원은 무심코 그 뚜껑을 열었습니다.

그 안에는, 수십 겹의 비닐에 싸인 여행용 가방이 들어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가방 안에, 한 여성이 있었습니다.

사건이 벌어진 놀이터의 현재 모습. (사건 관련 방송화면)
사건이 벌어진 놀이터의 현재 모습. (사건 관련 방송화면)

3년

수사가 시작되면서 가장 먼저 밝혀진 사실이 사람들을 얼어붙게 만들었습니다.

그 리어카는, 약 3년 동안 그 놀이터에 있었습니다.

3년.

그동안 봄이 세 번 오고 여름이 세 번 지나가는 사이,

아이들은 매일 그 리어카 옆에서 놀았던 겁니다.

그 안 아이스박스에 무엇이 들어 있는지 아무도 모른 채로.

부모들은 아이를 그 놀이터에 보냈고, 할머니들은 그 옆 벤치에 앉아 쉬었습니다.

가장 평범한 동네 놀이터가 사실은 3년째 시신 유기 현장이었다는 것.

이 사건이 지금도 사람들을 소름 돋게 하는 이유입니다.

아이스박스를 옮기는 수사 재현 장면. (사건 관련 방송화면)
아이스박스를 옮기는 수사 재현 장면. (사건 관련 방송화면)

지워진 사람

피해자는 뇌성마비 장애를 가진 40대 여성이었습니다.

바로 그 아파트 단지의 주민이었습니다.

기록을 추적하니 그녀는 2006년 이후로 행적이 완전히 끊겨 있었습니다.

주민등록은 말소됐고, 아무도 그녀를 찾지 않았습니다.

시신의 목과 양쪽 엄지손가락은 절단돼 있었습니다.

신원을 알아볼 수 없게 만들려는 의도로 보였습니다.

한 사람이 세상에서 사라졌는데, 그 사라짐을 눈치챈 사람조차 없었습니다.

밤의 놀이터에 세워진 리어카 — 그 옆에서 아이들은 3년을 놀았다.
밤의 놀이터에 세워진 리어카 — 그 옆에서 아이들은 3년을 놀았다.

사라진 용의자

수사망에는 한 남성이 걸려들었습니다.

그 리어카의 주인이자, 피해자의 보호자 겸 동거 관계였던 것으로 알려진 남성이었습니다.

그에게는 수상한 정황이 있었습니다.

피해자가 사라진 뒤에도 그녀 앞으로 나오는 장애수당이 계속 인출되고 있었던 겁니다.

게다가 그에게는 과거 아내를 살해한 전과가 있었습니다.

경찰이 그를 조사하려 했을 때, 결정적인 벽에 부딪혔습니다.

그는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2009년, 병으로 사망한 뒤였습니다.

물어볼 사람이 없었습니다.

밤 아파트 놀이터 — 가로등 아래, 그네만 미동 없이 서 있다.
밤 아파트 놀이터 — 가로등 아래, 그네만 미동 없이 서 있다.

이 서랍을 닫기 전에

유력한 용의자는 사망했고, 놀이터 인근에는 CCTV가 없었으며, 피해자의 마지막 몇 년은 어둠에 묻혀 있습니다.

그래서 이 사건은 영구 미제로 남았습니다.

분명히 해둘 것은, 그 남성은 유력 용의자로 지목됐을 뿐 범행이 입증되지는 않았다는 점입니다.

이제 진실을 말해줄 수 있는 사람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습니다.

다만 하나만 생각해 봅니다.

3년 동안 그 리어카 옆에서 놀던 아이들은 이제 다 자랐을 겁니다.

그 아이들 중 누구도, 자기가 어떤 것 옆에서 매일 웃고 있었는지 알지 못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일은 때때로, 가장 평범한 얼굴을 하고 우리 곁에 놓여 있습니다.

3년 동안, 아무렇지 않게.

텅 빈 놀이터에 남겨진 손수레 — 이제 아무도 그 안을 들여다보지 않는다.
텅 빈 놀이터에 남겨진 손수레 — 이제 아무도 그 안을 들여다보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