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시티의 소음에서 남쪽으로 한참 내려가면, 소치밀코의 초록빛 운하가 미로처럼 얽힌 물길이 나온다. 형형색색의 나룻배가 관광객을 태우고 오가는 이 물길을 따라 좁은 수로로 깊숙이 접어들면, 어느 순간 배가 닿기를 꺼리는 작은 섬 하나가 안개 속에서 모습을 드러낸다. 소치밀코 사람들이 대대로 밭을 일구어 온 인공섬, 이른바 치남파 위에 세워진 이 섬은 겉으로 보면 여느 늪지의 땅뙈기와 다르지 않다. 그러나 그 섬의 나무를 올려다보는 순간, 오래 머물고 싶은 마음은 순식간에 사라진다. 나무마다, 가지마다, 얽힌 철사마다 — 수백 개의 인형이 목이 매달린 채 흔들리고 있다. 눈알이 빠지고 팔이 뜯겨 나간 인형들, 이끼가 뒤덮인 얼굴, 거미줄이 걸린 텅 빈 눈구멍. 이곳이 세상에서 가장 오싹한 장소로 불리는 '인형의 섬(Isla de las Muñecas)'이다.

소녀가 떠오른 물가
이야기는 한 남자에게서 시작된다. 훌리안 산타나 바레라. 그는 이 외딴 섬에 홀로 들어와 밭을 일구며 살던 은둔자였다. 20세기 중반의 어느 날, 그는 섬 곁의 운하에서 물에 빠져 죽은 어린 소녀를 마주하게 된다. 전해지는 이야기는 두 갈래로 갈린다. 하나는 그가 물 위에 떠오른 소녀의 시신을 발견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그가 익사하는 소녀를 끝내 구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어느 쪽이든, 그날 이후 훌리안의 삶은 완전히 다른 궤도로 접어들었다.
주의할 것이 하나 있다. 이 소녀가 실제로 존재했다는 증거는 오늘날까지 어디에서도 확인된 바가 없다. 소치밀코의 물 위를 떠돈 무명의 이야기일 뿐, 이름도 기록도 남지 않았다. 그러나 훌리안에게 그 소녀는 결코 지어낸 이야기가 아니었다. 그는 소녀의 영혼이 섬을 떠나지 못한 채 물가를 맴돌고 있다고 믿었다. 밤이 되면 그 영혼의 흐느낌이 운하 위로 번져 온다고 여겼다. 그리고 그 영혼을 달래기 위해, 그는 세상에서 가장 기이한 방식을 택하게 된다.

인형을 매달기 시작한 남자
훌리안은 운하를 떠다니거나 쓰레기 더미에 버려진 인형들을 하나둘 주워 오기 시작했다. 온전한 인형은 거의 없었다. 눈이 하나뿐인 인형, 머리카락이 헝클어진 인형, 팔다리가 떨어져 나간 인형, 흙탕물에 절어 살빛이 검게 변한 인형. 그는 이 훼손된 인형들을 섬의 나무마다 철사로 목을 감아 매달았다. 소녀의 영혼이 이 인형들을 좋아하리라고, 인형들이 그 외로운 영혼의 곁을 지켜 주리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세월이 흐르면서 인형은 수십 개에서 수백 개로 불어났다. 훌리안은 반세기에 가까운 시간 동안 이 일을 멈추지 않았다. 그는 인형들이 밤이 되면 살아 움직인다고 말했다. 고개를 돌리고, 눈을 뜨고, 자기들끼리 속삭인다는 것이었다. 그에게 이것은 두려움이 아니라 위안이었다. 인형이 움직인다는 것은 곧 소녀의 영혼이 여전히 이곳에 머물며 인형들을 어루만지고 있다는 증거였으니까. 섬을 찾은 사람들은 나무 가득 매달린 인형들의 텅 빈 눈이 자기를 따라 움직이는 것 같다고 몸서리쳤지만, 훌리안은 그 한복판에서 홀로, 죽은 소녀와 인형들과 함께 살아갔다.

밤이 되면 인형이 움직인다
섬이 세상에 알려지고 방문객이 드나들기 시작하면서, 인형에 얽힌 목격담은 하나의 전설이 되어 갔다. 사람들은 인형들이 고개를 돌리고, 팔을 움직이고, 감겨 있던 눈을 스르르 떴다고 이야기했다. 어떤 이들은 바람 한 점 없는데도 인형들이 미세하게 흔들렸다고 했고, 또 어떤 이들은 인형들이 자기들끼리 나직이 속삭이는 소리를 들었다고 했다. 낮에도 섬의 공기는 무겁게 가라앉아 있다. 수백 개의 죽은 얼굴이 사방에서 내려다보는 가운데, 발밑에서는 운하의 검은 물이 소리 없이 찰랑인다.
물론 냉정하게 보자면 설명은 어렵지 않다. 반쯤 썩은 인형의 관절은 습기와 바람에 저절로 삐걱이고, 곤충이 눈구멍 안을 드나들면 눈알이 돌아간 것처럼 보이며, 좁은 운하를 지나는 물소리와 갈대의 바스락거림은 얼마든지 속삭임으로 들릴 수 있다. 그러나 그런 이성적인 설명도, 안개 속에서 수백 개의 훼손된 얼굴에 둘러싸이는 순간의 오싹함을 지워 주지는 못한다. 이 섬이 사람을 붙드는 진짜 힘은, 인형이 정말 움직였느냐가 아니라, 한 남자가 죽은 소녀를 위해 반세기 동안 이 기괴한 제단을 쌓아 올렸다는 사실 그 자체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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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속에서 조용히 흔들리는 인형의 섬 — 분위기를 재현한 영상이며 실제 기록 영상이 아니다.
같은 자리에서 익사한 남자
이 이야기를 단순한 괴담으로 흘려버릴 수 없게 만드는 대목은 마지막에 있다. 2001년, 여든 살에 이른 훌리안 산타나 바레라는 조카와 함께 섬에서 일하고 있었다. 조카가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훌리안은 운하 속에서 얼굴을 물에 처박은 채 숨진 상태로 발견되었다. 반세기 동안 죽은 소녀의 영혼을 달래며 인형을 매달아 온 그가, 하필 그 소녀가 익사했다고 전해지던 바로 그 자리에서, 똑같이 물에 빠져 죽은 것이다.
이 마지막 우연은 섬의 전설에 서늘한 마침표를 찍었다. 사람들은 마침내 소녀의 영혼이 그를 데려간 것이라고, 반세기를 곁에 둔 대가로 그를 물속으로 불러들인 것이라고 수군거렸다. 물론 여든 살의 노인이 홀로 운하에서 일하다 발을 헛디뎌 익사하는 일은 초자연적인 개입 없이도 얼마든지 일어날 수 있다. 그러나 그가 평생을 바쳐 달래려던 그 물, 그 자리에서 똑같은 최후를 맞았다는 사실은, 아무리 이성적으로 설명하려 해도 등줄기를 서늘하게 만든다. 그가 정말 소녀 곁으로 간 것인지, 아니면 그저 물이 노인 하나를 삼킨 것인지 — 소치밀코의 검은 운하는 답을 내놓지 않는다.

오늘도 매달려 있는 얼굴들
훌리안이 세상을 떠난 뒤, 인형의 섬은 그의 뜻과 무관하게 세상에 널리 알려졌다. 조카가 섬을 물려받아 관리하게 되었고, 소문을 들은 사람들이 소치밀코의 물길을 거슬러 이 섬을 찾기 시작했다. 방문객들은 저마다 인형을 하나씩 가져와 나무에 매달았고, 그 수는 계속 불어났다. 2022년에는 이 섬의 인형들이 '세계 최대의 흉가 인형 컬렉션'으로 공식 기록에 오르기까지 했다. 반세기 전 한 은둔자가 죽은 소녀를 위해 시작한 일이, 이제는 전 세계에서 사람들이 찾아오는 순례지가 된 셈이다.
그러나 관광지가 되었다고 해서 이곳의 음산함이 옅어진 것은 아니다. 여전히 안개 낀 아침이면 수백 개의 인형이 나무마다 목매달린 채 조용히 흔들린다. 눈알이 빠진 얼굴, 이끼가 뒤덮인 뺨, 거미줄이 걸린 텅 빈 눈구멍이 사방에서 방문객을 내려다본다. 어떤 인형은 세월에 녹아내려 성별도, 원래의 표정도 알아볼 수 없게 되었다. 그것들은 위로를 위해 걸렸으되, 보는 이에게는 결코 위로가 되지 못하는 얼굴들이다.
인형의 섬이 오래도록 사람을 붙드는 힘은, 어쩌면 초자연적인 공포 그 자체보다도 그 밑에 깔린 슬픔에 있는지도 모른다. 물에 빠져 죽은 이름 없는 소녀, 그 영혼을 달래려 반세기를 바친 외로운 남자, 그리고 그 남자마저 같은 물에 삼켜진 결말. 안개 속에서 흔들리는 수백 개의 훼손된 얼굴은, 실은 한 사람의 슬픔과 집착이 반세기 동안 쌓여 굳어진 형상이다. 오늘도 소치밀코의 검은 운하는 그 섬을 조용히 감싸고 있고, 나무마다 매달린 인형들은 텅 빈 눈으로 여전히 물가를 내려다보고 있다. 밤이 되면 정말로 고개를 돌리는지 — 그것을 확인하겠다고 그 섬에서 밤을 새울 사람은, 아마 아무도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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