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66년 8월 20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 인근 니테로이의 모후 두 빈텡(Morro do Vintém) — 우리말로 옮기면 '비쿠나 언덕' — 에서 연을 날리던 한 소년이 풀숲 사이에 누워 있는 두 남자를 발견했다. 두 사람은 말끔한 정장 차림이었고, 그 위에 방수코트를 걸치고 있었다. 그리고 가장 이상한 것은 두 사람의 얼굴이었다. 두 남자는 저마다 손수 만든 것으로 보이는 납 재질의 안대를 눈 위에 얹고 있었다. 시신 주변에는 물병 하나와 젖은 수건 몇 장이 흩어져 있었고, 그중 한 사람의 몸에서는 숫자와 글자가 뒤섞인 암호 같은 메모가 나왔다. 외상은 없었다. 몸싸움의 흔적도, 뚜렷한 사인도 없었다. 부검이 이루어졌지만 그마저도 아무것도 답해 주지 못했다. 반세기가 훌쩍 넘은 지금까지도, 우리는 이 두 남자가 왜 그 언덕에서 죽음을 맞았는지 알지 못한다. 브라질 최대의 미제 사건 가운데 하나로 남은 '납 마스크 사건' 이야기다.

언덕 위에서의 발견
모후 두 빈텡은 니테로이 시가지를 내려다보는 나지막한 언덕이다. 풀과 잡목이 우거진 비탈은 평범한 산책로처럼 보이지만, 1966년 늦여름의 그날 이곳에서 발견된 광경은 결코 평범하지 않았다. 열네 살가량의 한 소년이 연을 날리려고 언덕을 오르다가 풀숲 사이에 나란히 누워 있는 두 남자를 발견한 것이다. 소년은 처음엔 잠든 사람인 줄 알았지만, 이내 두 사람이 숨을 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고 언덕을 뛰어 내려갔다.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이들의 눈앞에 펼쳐진 장면은 도무지 설명하기 어려운 것이었다. 두 남자는 격식을 갖춘 정장을 입고 있었고, 그 위에 새것으로 보이는 방수코트를 겹쳐 입고 있었다. 브라질의 후텁지근한 8월 날씨에 방수코트라니, 그 자체로 어울리지 않는 차림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의 눈 위에는 각각 납으로 만든 안대가 놓여 있었다. 시중에서 파는 물건이 아니라, 마치 누군가 금속판을 오려 직접 만든 듯한 조악한 형태였다. 시신 곁에는 물병 하나, 젖은 수건 몇 장, 그리고 접힌 종이 한 장이 놓여 있었다. 현장의 어떤 물건도 두 사람이 왜 이곳에 올라왔는지 설명해 주지 못했다.

두 남자는 누구였나
신원이 밝혀지기까지는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두 사람은 브라질 북동부 캄푸스 두스 고이타카지스(Campos dos Goytacazes) 출신의 전자기술자, 마노엘 페레이라 다 크루스(Manoel Pereira da Cruz)와 미겔 조제 비아나(Miguel José Viana)였다. 두 사람은 전자제품과 부품을 다루는 일을 했고, 평소 서로 가깝게 지내던 사이였다. 사건 며칠 전, 두 사람은 가족들에게 "일에 필요한 자재를 사러 상파울루에 다녀오겠다"고 말하고 집을 나섰다. 가족들이 마지막으로 본 두 사람은 지극히 평범한 모습이었다.
그러나 두 남자에게는 가족들도 잘 알지 못하던 또 다른 관심사가 있었다. 페레이라 다 크루스의 아내를 비롯한 주변 사람들의 증언에 따르면, 두 사람은 이른바 '과학적 심령주의(scientific spiritism)'에 깊이 빠져 있었다고 한다. 이는 당시 브라질에서 적지 않은 추종자를 거느리던 흐름으로, 과학적 실험과 심령 현상을 결합하려는 시도였다. 두 사람은 영적인 존재나 외계의 지성과 교신할 수 있다고 믿었고, 이를 위한 나름의 실험을 준비하고 있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훗날 이들의 집을 수색한 경찰은 심령주의 관련 서적과 메모, 그리고 마스크를 만드는 데 쓰인 것으로 보이는 재료를 발견했다. 두 사람의 관심사는 언덕 위의 기이한 죽음과 결코 무관하지 않아 보였다.

기이한 소지품 — 납 안대와 방수코트
이 사건을 다른 어떤 변사 사건과도 구별짓는 것은 단연 두 사람이 지니고 있던 소지품이었다. 무엇보다 눈을 덮고 있던 납 안대가 그랬다. 납은 방사선을 차단하는 데 쓰이는 금속이다. 두 사람이 손수 이런 안대를 만들어 눈에 얹었다는 것은, 이들이 무언가 눈을 상하게 할 만큼 강렬한 빛 — 혹은 그와 비슷한 어떤 것 — 을 예상하고 있었음을 암시하는 듯했다. 실제로 이 안대는 용접공이 쓰는 보호구나 일식을 관측할 때 쓰는 필터처럼, 강한 광원으로부터 눈을 지키려는 목적으로 만들어졌으리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방수코트 역시 마찬가지였다. 무더운 여름날, 비가 오지도 않는 언덕 위에서 왜 두 사람은 방수코트를 겹쳐 입었을까. 게다가 이 코트는 니테로이에 도착한 뒤 한 상점에서 새로 산 것으로 확인됐다. 두 사람은 무언가를 준비하듯 필요한 물건들을 하나씩 갖추고 있었던 셈이다. 정장, 방수코트, 손수 만든 납 안대 — 이 조합은 우연히 모인 물건들이 아니라, 어떤 의도와 계획에 따라 준비된 '장비'처럼 보였다. 그러나 그 계획이 정확히 무엇을 위한 것이었는지는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암호 같은 메모
두 사람의 소지품 가운데 가장 강렬한 인상을 남긴 것은 시신 곁에서 나온 작은 메모였다. 거기에는 숫자와 짧은 문장이 뒤섞여, 마치 어떤 절차를 적어 놓은 지시서처럼 보이는 글이 적혀 있었다. 번역하면 대략 이런 내용이었다. "16시 30분, 정해진 장소에 있을 것. 18시 30분, 캡슐을 삼킬 것. 효과가 나타난 뒤 금속을 보호할 것. 마스크 신호를 기다릴 것." 짧고 건조한 이 문장들은, 두 사람이 그날 언덕에서 어떤 순서에 따라 무언가를 하려 했음을 분명히 드러냈다.
이 메모는 사건의 모든 이상한 조각들을 하나로 꿰어 주는 듯 보였다. '금속을 보호하라'는 구절은 두 사람이 지니고 있던 납 안대와 곧바로 연결됐고, '캡슐을 삼키라'는 지시는 이들이 어떤 약물을 복용하려 했음을 짐작하게 했다. '마스크 신호를 기다리라'는 마지막 문장은 두 사람이 무언가 — 혹은 누군가 — 로부터 신호가 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는 뜻으로 읽혔다. 하지만 메모는 그 이상을 말해 주지 않았다. 그 '신호'가 무엇이었는지, '캡슐'이 어떤 약이었는지, 두 사람이 대체 누구와의 만남을 준비하고 있었는지 — 정작 가장 중요한 질문들은 이 짧은 메모 뒤에 그대로 감춰져 있었다.

마지막 행적
경찰은 두 사람이 사망하기까지의 마지막 하루를 어느 정도 재구성해 낼 수 있었다. 두 사람은 8월 17일 버스를 타고 니테로이에 도착했다. 오후 두 시 반 무렵이었다. 이들은 한 상점에서 방수코트를 사고, 근처 술집(바)에서 마실 것을 샀다. 이 구매에 대한 영수증이 훗날 두 사람의 소지품에서 발견되면서, 경찰이 이들의 동선을 추적하는 실마리가 됐다.
술집에서 두 사람을 접대한 여종업원의 증언은 특히 인상적이었다. 그녀는 두 사람 중 미겔이 몹시 초조해 보였으며, 자꾸만 손목시계를 들여다봤다고 기억했다. 마치 정해진 시각에 어딘가에 도착해야 하는 사람처럼 말이다. 이 증언은 메모에 적혀 있던 "16시 30분, 정해진 장소에 있을 것"이라는 구절과 겹쳐지며 묘한 긴장감을 자아냈다. 두 사람은 무언가 시간에 쫓기고 있었고, 어떤 약속을 향해 언덕을 오르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두 사람이 비쿠나 언덕 쪽으로 걸어 올라간 것을 마지막으로, 산 사람이 이들을 본 기록은 남아 있지 않다. 사흘 뒤, 연을 날리던 소년이 그들을 발견하기 전까지는.

수사와 미제
두 사람의 사인을 밝히는 일은 처음부터 벽에 부딪혔다. 시신에서는 외상도, 총상이나 자상도, 목이 졸린 흔적도 발견되지 않았다. 겉으로 보기에 두 사람은 그저 잠들 듯 누워 있었을 뿐이었다. 사인을 알아내려면 독극물 검사가 필수였지만, 여기서 결정적인 문제가 생겼다. 당시 리우데자네이루주의 법의학 검시소는 인력과 장비가 턱없이 부족했고, 부검은 시신이 발견되고도 한참 뒤에야 이루어졌다. 그 사이 시신은 부패가 진행돼, 내부 장기에서 신뢰할 만한 독성 검사를 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결국 두 사람이 무엇 때문에 죽었는지 — 메모에 적힌 '캡슐'을 실제로 삼켰는지, 삼켰다면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 를 밝힐 물증은 영영 사라져 버렸다.
수사는 여러 갈래로 뻗어 나갔지만 어느 것도 결론에 이르지 못했다. 누군가 두 사람을 살해하고 그렇게 꾸민 것인지, 아니면 두 사람이 스스로 준비한 실험이 잘못된 것인지조차 가릴 수 없었다. 강도의 흔적도 없었고, 두 사람에게 원한을 가진 사람도 딱히 드러나지 않았다. 사건은 그렇게 뚜렷한 결론 없이 흐지부지 종결됐다. 수사 초기의 혼선과 부실했던 초동 조치, 그리고 부패한 시신이라는 삼중의 장벽 앞에서, 진실은 언덕 위에 묻힌 채 남았다.

추측들, 그리고 남는 미스터리
확실한 답이 없는 자리에는 언제나 갖가지 추측이 들어차기 마련이다. 납 마스크 사건도 예외가 아니었다. 가장 널리 퍼진 것은 UFO설이다. 두 사람이 죽은 것으로 추정되는 밤, 언덕 근처의 한 주민이 하늘에 떠 있던 둥근 오렌지빛 물체를 봤다고 증언하면서 이 추측에 불이 붙었다. 여기에 두 사람이 외계의 지성과 교신하려 했다는 배경, 강한 빛을 막기 위한 듯한 납 안대, '신호를 기다리라'는 메모가 겹쳐지면서, 두 사람이 외계 존재와의 접촉을 시도하다 변을 당했다는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다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정황을 엮은 '설'일 뿐, 확증된 사실은 하나도 없다.
또 다른 갈래는 교령회(交靈會), 즉 심령 실험설이다. 두 사람이 '과학적 심령주의'에 심취해 있었고 관련 서적과 재료가 집에서 발견됐다는 점에서, 이들이 영적 존재와의 교신을 위한 의식을 준비했다는 추정이다. 이 관점에서는 메모의 '캡슐'을 일종의 환각 물질로 보고, 두 사람이 의식을 위해 약물을 복용했다가 그 양을 잘못 조절해 함께 사망했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하지만 이 역시 부검이 무산된 이상 증명할 방법이 없다. 이 외에도 두 사람이 어떤 사기나 밀거래에 휘말려 살해됐다는 현실적인 추측까지, 해석은 여러 갈래로 나뉜다. 그러나 그 어느 것도 '설'의 자리를 벗어나지 못한다.
오늘날 우리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1966년 8월, 두 명의 전자기술자가 니테로이의 한 언덕에서 정장 위에 방수코트를 걸치고, 눈에는 손수 만든 납 안대를 얹은 채 나란히 숨진 채 발견됐다. 곁에는 캡슐과 마스크와 신호를 언급한 암호 같은 메모가 있었다. 그리고 부실한 수사와 부패한 시신 탓에, 두 사람의 사인은 끝내 밝혀지지 않았다. 그들은 무엇을 기다리며 눈을 가린 채 언덕에 누웠을까. 어떤 신호를, 누구로부터 기다리고 있었을까. 비쿠나 언덕은 반세기가 넘도록 그 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