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료를 모으는 나 K. Woo는 이 파일을 여러 번 열었다 닫았다. 유령 이야기가 아니라서다. 여기엔 저주도 없고, 설명되지 않는 목격담도 없다. 대신 숫자가 있다. 경찰 집계, 소설의 판매 부수, 그리고 나무에 매여 있는 테이프의 길이. 이 숲의 무서움은 전부 사람이 만든 것이고, 그래서 나는 이 파일을 오래 못 붙들고 있었다.

새벽의 후지산과 그 아래 펼쳐진 아오키가하라 숲. 멀리서 보면 초록 바다처럼 보인다.
새벽의 후지산과 그 아래 펼쳐진 아오키가하라 숲. 멀리서 보면 초록 바다처럼 보인다.

사진: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입구의 팻말

숲 입구에는 나무 팻말이 하나 서 있다. 후지카와구치코 관광 안내판이 아니다. 거기엔 이렇게 적혀 있다.

생명은 부모님에게 받은 소중한 것입니다. 한 번 더 조용히 부모와 형제, 아이들을 생각해 보세요. 혼자 고민하지 말고 상담하세요.

그 밑에 전화번호가 있다. 이 팻말을 지나면 숲이다.

숲 안쪽에 세워진 또 다른 팻말. "빚 문제는 반드시 해결됩니다. 우리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먼저 상담하세요." 채무 상담 단체가 세운 것이다.
숲 안쪽에 세워진 또 다른 팻말. "빚 문제는 반드시 해결됩니다. 우리도 도움을 받았습니다. 혼자 고민하지 말고 먼저 상담하세요." 채무 상담 단체가 세운 것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 CC BY-SA 4.0

내가 이 팻말들을 처음 보고 든 생각은 하나였다. 이 숲은 여기 오는 사람이 누구인지 이미 알고 있다.

나무의 바다

아오키가하라는 야마나시현, 후지산 북서쪽 기슭에 있다. 넓이는 약 30제곱킬로미터. 서기 864년, 후지산이 크게 터졌다. 흘러내린 용암이 산 북서쪽을 덮었고, 그 위에 천 년 동안 나무가 자랐다. 멀리서 보면 초록 바다 같아서 일본 사람들은 이 숲을 수해(樹海)라고 부른다. 나무의 바다.

용암 바위를 움켜쥔 채 밖으로 드러난 뿌리. 흙이 거의 없어 나무는 바위 위에서 자란다.
용암 바위를 움켜쥔 채 밖으로 드러난 뿌리. 흙이 거의 없어 나무는 바위 위에서 자란다.

사진: Wikimedia Commons, CC BY 2.0

안으로 들어가면 바닥이 없다. 흙 대신 검은 용암 바위가 이끼를 뒤집어쓰고 있고, 뿌리는 땅을 파고들지 못해 바위를 움켜쥔 채 밖으로 드러나 있다. 나무가 빽빽해서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고, 소리가 먹힌다. 새도 잘 울지 않는다.

들어가 본 사람들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있다. 너무 조용하다.

키 큰 나무가 하늘을 막은 숲 안. 한낮에도 빛이 바닥까지 잘 내려오지 않는다.
키 큰 나무가 하늘을 막은 숲 안. 한낮에도 빛이 바닥까지 잘 내려오지 않는다.

사진: Wikimedia Commons, CC BY 2.0

나침반이 돈다는 말

이 숲에 대해 제일 많이 도는 말은 나침반이 미쳐 날뛴다는 것이다. 용암에 자철석이 섞여 있어서 바늘이 돈다고.

절반만 맞다. 나침반을 바위에 바짝 대면 흔들리지만, 손에 들고 걸으면 정상이다. 그런데 길을 잃는다는 말은 과장이 아니다. 나무가 전부 똑같이 생겼고, 바닥이 전부 똑같이 생겼고, 하늘이 안 보인다. 열 걸음만 길에서 벗어나도 어느 쪽에서 왔는지 모르게 된다.

숲 바닥을 이루는 검은 용암.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가 이끼 밑에 깔려 있다.
숲 바닥을 이루는 검은 용암. 구멍이 숭숭 뚫린 바위가 이끼 밑에 깔려 있다.

사진: Wikimedia Commons, CC BY 2.0

원래 이 숲은 산책로가 있는 평범한 숲이었다. 동굴이 있고, 호수가 있고, 관광객이 온다. 지금도 정해진 길로만 가면 아무 일도 없다. 문제는 길에서 한 발 벗어나는 순간부터다.

나무 데크가 깔린 정식 산책로. 이 길을 벗어나지 않는 한 이 숲은 관광지다.
나무 데크가 깔린 정식 산책로. 이 길을 벗어나지 않는 한 이 숲은 관광지다.

사진: Wikimedia Commons, CC BY 2.0

소설 한 권

1960년, 마츠모토 세이초라는 작가가 소설을 하나 냈다. 파도의 탑(波の塔). 마지막에 여주인공이 이 숲으로 들어가 돌아오지 않는다. 소설은 베스트셀러가 됐고, 그해부터 숲에서 사람이 나오지 않기 시작했다.

작가 마츠모토 세이초. 1960년 그의 소설 '파도의 탑'이 이 숲을 세상에 가르쳐줬다.
작가 마츠모토 세이초. 1960년 그의 소설 '파도의 탑'이 이 숲을 세상에 가르쳐줬다.

숲이 사람을 부른 것이 아니라, 책이 숲을 가르쳐준 것이다.

1993년에는 책이 하나 더 나왔다. 완전 자살 매뉴얼. 방법과 장소를 정리한 책이었고 120만 부가 팔렸다. 이 숲이 거기에 이름을 올렸다. 그 뒤로 한동안, 숲 안에서 그 책이 발견되는 일이 계속됐다.

2010년 경찰 집계로 이 숲에 들어간 사람이 247명. 그중 54명이 돌아오지 않았다. 나머지는 말렸거나 스스로 돌아 나왔다.

테이프

들어가는 사람들 중에 나무에 테이프를 묶으며 걷는 사람들이 있다. 노란색, 흰색, 빨간색. 마음이 바뀌면 그걸 따라 돌아 나오려고. 숲 안에는 이 테이프가 수도 없이 매여 있다.

길에서 벗어난 숲 안. 나무와 뿌리와 바위가 사방으로 똑같이 이어진다.
길에서 벗어난 숲 안. 나무와 뿌리와 바위가 사방으로 똑같이 이어진다.

사진: Wikimedia Commons, CC BY 2.0

끝까지 따라가면 두 가지 중 하나가 나온다. 풀린 테이프의 끝. 아니면 돌아가지 않은 사람.

숲 안에서 발견되는 것들이 있다. 텐트, 신발, 우산, 가방, 약병, 지갑. 며칠을 숲 안에서 버틴 흔적이다. 들어와서 바로 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대부분 텐트를 치고 며칠을 앉아 있는다. 생각을 하는 것이다. 그리고 돌아 나가는 사람도 있고, 아닌 사람도 있다.

나무에 밧줄이 남아 있는 경우가 있다. 밑에는 아무것도 없다. 수습이 끝난 자리다. 밧줄은 풀지 않는다. 풀 사람이 없기 때문이다.

아오키가하라 안쪽. 이 사진을 올린 사람은 파일 이름을 '자살숲'이라고 붙였다.
아오키가하라 안쪽. 이 사진을 올린 사람은 파일 이름을 '자살숲'이라고 붙였다.

사진: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숫자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1970년대부터 경찰과 소방과 자원봉사자들이 1년에 한 번 줄을 서서 숲을 훑었다. 2003년, 105구. 그 뒤로 야마나시현은 숫자를 발표하지 않기로 했다. 숫자가 사람을 부른다고 판단한 것이다.

지금은 순찰하는 사람들이 매일 숲을 돈다. 찾아내는 것보다 말리는 것이 일이다. 숲 입구에서 혼자 앉아 있는 사람에게 말을 건다. 그 사람들이 제일 먼저 묻는 말은 "어디서 오셨어요"다. "어디로 가세요"가 아니라.

숲을 가로지르는 도로.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들어가는 사람이 많아, 순찰대는 오래 서 있는 차부터 확인한다.
숲을 가로지르는 도로. 길가에 차를 세워두고 들어가는 사람이 많아, 순찰대는 오래 서 있는 차부터 확인한다.

사진: Wikimedia Commons, CC BY 2.0

2017년 12월 31일

미국의 유튜버 로건 폴이 카메라를 들고 이 숲에 들어갔다. 구독자 1,500만. 길에서 몇십 미터 벗어난 곳에서 그는 나무에 매달린 사람을 발견했다. 그리고 카메라를 끄지 않았다. 웃었고, 농담을 했고, 그대로 올렸다.

영상은 하루 만에 600만 명이 봤고, 지워졌고, 그는 사과했다. 이 사건 뒤로 숲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자살 장소가 됐다. 그가 지운 것은 영상뿐이었다.

해 질 무렵의 산책로. 길에서 몇십 미터만 벗어나도 이 풍경은 전혀 다른 것이 된다.
해 질 무렵의 산책로. 길에서 몇십 미터만 벗어나도 이 풍경은 전혀 다른 것이 된다.

사진: Wikimedia Commons, CC BY-SA 2.0

숲 안에는 지금도 주인 없는 텐트가 있다. 순찰대가 발견하면 며칠 두고 본다. 안에 사람이 있는지, 돌아올 것인지. 돌아오지 않으면 걷는다.

호수 건너에서 보면

숲 옆에는 사이 호수가 있다. 후지산이 거꾸로 비친다. 관광객들이 사진을 찍는 자리다. 거기서 숲 쪽을 보면 그냥 초록 벽이다. 안에 무엇이 있는지 밖에서는 보이지 않는다.

하늘에서 본 사이 호수와 아오키가하라. 호수 건너편의 초록이 전부 그 숲이다.
하늘에서 본 사이 호수와 아오키가하라. 호수 건너편의 초록이 전부 그 숲이다.

사진: Wikimedia Commons, CC BY 4.0

파일을 닫으며

이 숲을 무섭게 만드는 것은 귀신이 아니다. 나는 이 파일을 정리하면서 초자연적인 것을 하나도 못 넣었다. 넣을 게 없었다.

너무 조용하다는 것. 너무 똑같이 생겼다는 것. 그리고 들어간 사람 중 일부는 돌아 나오려고 테이프를 묶었다는 것.

빛이 거의 닿지 않는 숲 안쪽. 이끼가 소리를 먹는다.
빛이 거의 닿지 않는 숲 안쪽. 이끼가 소리를 먹는다.

사진: Wikimedia Commons, CC BY-SA 3.0

그 테이프가 지금도 거기에 매여 있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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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의 이미지는 실제 현장 사진과 기록 사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