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2년, 캐나다 토론토에 사는 여덟 명의 사람들이 한 가지 실험을 시작했다. 목표는 단순했지만, 그 발상은 어딘가 서늘했다. 세상에 존재한 적 없는 유령을 자기들 손으로 만들어내는 것. 이들은 유령의 이름을 정하고, 태어난 해와 죽은 방식을 정하고, 이루지 못한 사랑까지 붙여 그럴듯한 한 사람의 생애를 지어냈다. 이름은 필립 에일즈퍼드(Philip Aylesford). 처음부터 끝까지 완전한 허구였다. 그런데 몇 달에 걸쳐 이 상상의 인물을 두고 탁자 앞에 둘러앉기를 반복하던 어느 날, 그 탁자에서 노크 소리가 나기 시작했다. 질문을 던지면 두드림으로 답이 돌아왔다. 탁자가 저 혼자 흔들렸고, 실내의 조명이 깜빡였다. 존재하지 않는 유령이, 존재하지 않는 자신의 이야기에 정확히 대답하고 있었다. 이것이 심령 연구 역사에서 가장 기묘한 실험으로 남은 '필립 실험'이다.

1970년대 토론토의 어두운 방, 둥근 탁자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실루엣, 창밖은 밤 (AI 생성 이미지)
1970년대 토론토의 어두운 방, 둥근 탁자에 둘러앉은 사람들의 실루엣, 창밖은 밤 (AI 생성 이미지)

유령을 만들기로 한 사람들

이야기는 토론토 심령연구협회(Toronto Society for Psychical Research)에서 시작된다. 이 모임을 이끈 사람은 아이린 오언(Iris Owen)과 그녀의 남편, 그리고 이들의 자문 역할을 한 영국 출신 심리학자 A. R. G. 오언(A. R. G. Owen) 박사였다. 그래서 이 실험은 흔히 '오언 그룹(Owen group)'이라고도 불린다. 모임에 참여한 여덟 명은 어느 하나 심령술사나 무당이 아니었다. 회계사, 주부, 산업 디자이너처럼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이었고, 그중에는 회의적인 태도를 가진 이도 섞여 있었다.

이들이 던진 질문은 이런 것이었다. 유령이란 정말 죽은 자의 영혼일까, 아니면 살아 있는 사람의 마음이 만들어내는 무엇일까. 만약 후자라면, 애초에 존재하지 않는 유령을 여러 사람이 진심으로 믿고 집중했을 때 실제로 어떤 현상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이 발상은 영국의 심령 연구가 케네스 배철더(Kenneth Batcheldor)의 아이디어에서 영향을 받은 것이었다. 그래서 오언 그룹은 아예 처음부터 '가짜'라고 서로가 인정하는 유령을 하나 만들어, 그 결과를 지켜보기로 했다. 죽은 자를 부르는 게 아니라, 아예 없는 자를 지어내는 실험이었다.

1970년대 거실에 둘러앉아 진지하게 대화하는 여러 사람의 실루엣, 얼굴은 보이지 않음 (AI 생성 이미지)
1970년대 거실에 둘러앉아 진지하게 대화하는 여러 사람의 실루엣, 얼굴은 보이지 않음 (AI 생성 이미지)

필립 에일즈퍼드라는 허구의 인생

먼저 필요한 것은 유령의 '인생'이었다. 그룹은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한 남자의 생애를 상세하게 지어냈다. 이름은 필립 에일즈퍼드. 17세기 영국의 귀족으로, 잉글랜드 내전 시기에 살았던 인물로 설정했다. 그는 아름다운 아내 도로시아와 결혼했지만 사랑하지 않았고, 어느 날 집시 여인 마고(Margo)와 사랑에 빠진다. 그러나 아내가 이 사실을 알고 마고를 마녀로 몰아 화형에 처하게 만든다. 필립은 사랑하는 여인을 구하지 못했다는 죄책감과 슬픔에 시달리다 결국 자신의 저택 성벽에서 몸을 던져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서른 살의 나이였다.

이 모든 이야기는 완전한 허구였다. 필립이 살았다는 저택 '디즈베리 저택(Diddington Manor)'은 실제 잉글랜드에 존재하는 건물이었지만, 필립이라는 인물과 그의 비극적 사랑은 전부 그룹이 지어낸 것이었다. 심지어 몇몇 세부 설정은 역사적으로 앞뒤가 맞지 않기까지 했다. 이것은 의도된 장치였다. 만약 정말로 필립이 대답을 해온다면, 그 대답 속에는 실존 인물에게서는 나올 수 없는 '지어낸 오류'가 그대로 담겨 있을 터였다. 다시 말해, 필립이 진짜 죽은 영혼이 아니라 그룹의 마음이 만든 존재라는 증거가 될 수 있었다. 그룹은 필립의 초상화까지 직접 그려 붙여 놓았다.

오래된 액자 속 17세기 귀족 남성을 그린 낡은 초상화, 얼굴은 흐릿하게 보이지 않음, 촛불 조명 (AI 생성 이미지)
오래된 액자 속 17세기 귀족 남성을 그린 낡은 초상화, 얼굴은 흐릿하게 보이지 않음, 촛불 조명 (AI 생성 이미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던 몇 달

유령의 설정을 완성한 그룹은 정기적으로 모이기 시작했다. 이들은 필립이 앉아 있다고 상상하며 그의 생애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고, 그의 슬픔에 공감하고, 마치 그가 정말 그 방에 함께 있는 것처럼 대했다. 하지만 처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몇 주, 몇 달이 지나도록 탁자는 그저 탁자일 뿐이었고, 필립은 그림 속에 조용히 머물러 있었다. 이들이 시도한 것은 조용히 정신을 집중하는 명상에 가까운 방식이었고, 그런 접근으로는 오랫동안 어떤 반응도 이끌어내지 못했다.

전환점은 방식을 바꾸면서 찾아왔다. 그룹은 무겁고 진지한 명상 대신, 분위기를 한결 가볍고 즐거운 쪽으로 바꾸기로 했다. 이들은 촛불을 켜고, 필립에 관한 노래를 부르고, 농담을 주고받으며, 마치 오래된 친구들의 유쾌한 강령회처럼 분위기를 띄웠다. 어두운 방, 둥근 탁자, 그 위에 얹은 손들, 그리고 웃음과 노래. 이 편안하고 들뜬 분위기가 결정적이었다. 긴장을 풀고 함께 즐기며 필립을 '진짜'처럼 대하기 시작하자, 마침내 그 탁자가 대답하기 시작했다.

어두운 방 안에서 촛불 하나가 둥근 탁자를 비추고 여러 손이 탁자 위에 얹혀 있는 장면, 포토리얼 (AI 생성 이미지)
어두운 방 안에서 촛불 하나가 둥근 탁자를 비추고 여러 손이 탁자 위에 얹혀 있는 장면, 포토리얼 (AI 생성 이미지)

탁자가 대답하기 시작했다

어느 날, 탁자에서 또렷한 노크 소리가 났다. 그룹은 반신반의하며 규칙을 정했다. 한 번 두드리면 '예', 두 번 두드리면 '아니오'. 그러고는 필립의 생애에 관한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당신이 필립인가요?" 한 번의 노크. "예." 놀랍게도, 탁자는 필립의 지어낸 이야기와 일치하는 방식으로 대답을 이어갔다. 자신이 그린 인생, 사랑했던 여인, 살았던 저택에 관한 질문에 필립은 노크로 정확히 반응했다.

현상은 노크에서 그치지 않았다. 참가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무거운 탁자가 저 혼자 바닥 위를 미끄러지듯 움직이고, 한쪽 다리를 들며 기울어지기도 했다. 방 안의 조명이 질문에 맞춰 깜빡이는 일도 있었고, 탁자를 스치는 서늘한 바람 같은 감각을 느꼈다는 사람도 있었다. 그룹은 이 모든 과정을 카메라로 촬영하고 기록했으며, 한 텔레비전 프로그램에서는 관객이 지켜보는 가운데 탁자가 계단을 오르는 듯한 장면까지 담겼다고 전해진다. 존재하지 않던 유령이, 이제는 방 안에서 물리적인 흔적을 남기고 있었다.

아무도 손대지 않았는데 둥근 나무 탁자 한쪽 다리가 기울며 들려 있는 장면, 어두운 방, 포토리얼 (AI 생성 이미지)
아무도 손대지 않았는데 둥근 나무 탁자 한쪽 다리가 기울며 들려 있는 장면, 어두운 방, 포토리얼 (AI 생성 이미지)
아무도 없는 어두운 방의 둥근 탁자가 저 혼자 미세하게 흔들리고 촛불이 흔들리는 분위기 재현 (AI 생성 영상)

필립은 자신이 가짜라는 것을 몰랐다

이 실험에서 가장 서늘한 지점이 바로 여기에 있다. 필립은 그룹이 지어낸 오류까지 그대로 답했다. 그룹이 상상으로 만든 세부, 역사적으로는 존재할 수 없는 설정을 물어도 필립은 자신의 '허구'에 충실하게 대답했다. 반대로, 그룹이 필립의 인생에 대해 미리 정해두지 않은 질문 — 즉 아무도 상상해 두지 않은 부분 — 을 던지면 필립은 답하지 못하거나 모호하게 얼버무렸다. 필립은 딱 그룹이 아는 만큼만 알고 있었다.

이것은 필립이 실제로 죽은 인간의 영혼이 아니라는 강력한 증거였다. 만약 진짜 17세기 사람의 영혼이었다면, 그룹이 지어낸 오류를 바로잡거나 그룹이 모르는 자기 인생의 진실을 말할 수 있어야 했다. 하지만 필립의 지식은 정확히 그룹의 상상이 미친 범위 안에 갇혀 있었다. 필립은 사실상 여덟 사람이 공유한 집단적 상상의 거울이었던 셈이다. 그런데 바로 그 거울이, 탁자를 두드리고 흔들며 물리적으로 존재를 드러냈다는 것 — 이 지점에서 필립 실험은 단순한 강령회를 넘어선 무언가가 된다.

낡은 종이에 적힌 알아볼 수 없는 오래된 필기, 판독 불가, 촛불 옆, 포토리얼 (AI 생성 이미지)
낡은 종이에 적힌 알아볼 수 없는 오래된 필기, 판독 불가, 촛불 옆, 포토리얼 (AI 생성 이미지)

그래서 그들은 무엇을 만든 걸까

필립 실험을 설명하는 방식은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첫 번째는 심리학적 해석이다. 이 관점에서 필립은 유령이 아니라 '집단 무의식 운동(ideomotor effect)'의 산물이다. 여러 사람이 손을 얹은 탁자 위에서, 각자가 스스로도 자각하지 못한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이 겹쳐지면 탁자가 실제로 움직이고 두드림 소리를 낼 수 있다. 위저보드(Ouija board)에서 판이 저절로 움직이는 것처럼 보이는 현상과 같은 원리다. 이 해석대로라면, 필립은 여덟 사람의 무의식이 만들어낸 공동의 환영이자, 인간의 마음이 집단적으로 만들어낸 하나의 '인격'이었다.

하지만 이 해석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부분이 남는다. 조명이 깜빡이거나 무거운 탁자가 스스로 미끄러졌다는 증언들은 단순한 근육의 떨림으로 온전히 설명되지 않는다. 여기서 두 번째 해석이 등장한다. 인간의 집중된 마음이, 그것도 여러 사람의 믿음과 기대가 하나로 모였을 때, 물리적 세계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어떤 힘 — 이른바 염력에 가까운 무언가 — 을 발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관점에서 필립 실험이 던지는 질문은 더 깊고 불편해진다. 우리가 유령이라 부르는 것들 가운데 일부는, 사실 죽은 자가 아니라 산 자의 마음이 만들어낸 것은 아닐까. 믿음이 충분히 모이면, 없던 존재도 진짜가 되는 것은 아닐까.

오늘날 우리가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이것뿐이다. 1972년 토론토에서 여덟 명의 평범한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 유령 필립 에일즈퍼드를 지어냈고, 몇 달 뒤 그 유령은 탁자를 두드리며 자신의 지어낸 이야기에 대답하기 시작했다. 필립은 자기가 가짜라는 것을 끝까지 몰랐고, 딱 그를 만든 사람들이 아는 만큼만 알고 있었다. 그들은 유령을 만든 걸까, 아니면 인간의 마음이 얼마나 멀리까지 손을 뻗을 수 있는지를 우연히 엿본 걸까. 반세기가 지난 지금도 그 탁자의 노크 소리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않은 채, 우리 마음의 어두운 한구석을 조용히 두드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