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라북도 진안, 말의 두 귀처럼 나란히 솟은 두 봉우리 사이 좁은 골짜기에 들어서면, 사람은 누구나 한 번쯤 걸음을 멈춘다. 산비탈을 따라, 절 마당을 가득 메우며, 크고 작은 돌탑 80여 기가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아 있기 때문이다. 어떤 것은 사람 키만 하고, 어떤 것은 5층 건물에 맞먹는 높이 13.5미터에 이른다. 그런데 가까이 다가가 살펴보면 등골이 서늘해진다. 이 탑들에는 시멘트도, 회반죽도, 그 어떤 접착제도 쓰이지 않았다. 그저 손바닥만 한 돌부터 사람이 겨우 들 만한 큰 돌까지, 크고 작은 자연석을 하나하나 정교하게 얹어 올렸을 뿐이다. 손가락으로 툭 밀면 무너질 것처럼 위태로워 보이는 이 돌무더기들이, 두 봉우리 사이로 사시사철 몰아치는 거센 바람에도, 한반도를 몇 번이나 할퀴고 지나간 태풍에도, 100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무너지지 않았다. 이 모든 탑을 쌓은 사람은 이갑룡, 단 한 사람이었다.

말의 귀를 닮은 산, 마이산
이야기의 무대인 산부터 남다르다. 마이산(馬耳山)은 그 이름 그대로 '말의 귀를 닮은 산'이다. 나란히 솟은 두 개의 바위 봉우리가 마치 말이 두 귀를 쫑긋 세운 듯한 형상을 하고 있어, 예로부터 그렇게 불렸다. 서쪽의 조금 낮은 봉우리를 암마이봉, 동쪽의 높은 봉우리를 수마이봉이라 부른다. 두 봉우리는 흙산이 아니라 거대한 바윗덩어리 자체로, 표면에는 마치 벌집처럼 움푹움푹 팬 구멍들이 무수히 나 있다. 오랜 세월 얼었다 녹기를 반복하며 바위 속 자갈이 빠져나가 생긴 이 독특한 풍화 지형은, 그 자체로 한반도에서 좀처럼 보기 어려운 신비로운 풍경을 이룬다.
이 두 봉우리가 만들어 내는 것은 기이한 생김새만이 아니다. 두 개의 거대한 바위벽이 좁은 골짜기를 사이에 두고 마주 보고 있는 지형은, 그 사이로 바람을 빨아들여 통로처럼 가속시킨다. 그래서 두 봉우리 사이, 바로 돌탑들이 서 있는 그 자리에는 계절을 가리지 않고 세찬 바람이 분다. 하필이면 그 바람의 길목 한복판에, 접착제 하나 없이 쌓은 돌탑들이 백 년을 넘게 버티고 서 있는 것이다.

30년간 홀로 돌을 쌓은 남자, 이갑룡
탑을 쌓은 사람은 이갑룡(1860~1957)이라는 인물이다. 그는 흔히 '이갑룡 처사'로 불린다. 처사란 벼슬을 하지 않고 초야에 묻혀 도를 닦는 사람을 이르는 말이다. 전해지는 이야기에 따르면, 그는 스물다섯 살 무렵인 1885년경 이 마이산 골짜기로 들어와 수도 생활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세상을 떠나기 전까지, 30여 년에 걸쳐 이 골짜기를 돌탑으로 가득 채웠다.
그가 쌓았다고 전해지는 탑은 당초 108기, 혹은 120기에 이르렀다고 한다. 오늘날 풍화와 세월에 스러져 사라진 것을 빼면 약 80여 기가 남아 있다. 놀라운 것은 이 방대한 작업을 그가 거의 홀로, 맨손으로 해냈다는 점이다. 낮에는 돌을 나르고 밤에는 정성을 들여 쌓았으며, 아흔이 넘은 노인이 되어 세상을 떠나는 그날까지 이 일을 멈추지 않았다고 한다. 한 사람이 평생을 바쳐, 산 하나를 돌탑의 숲으로 바꾸어 놓은 셈이다. 그가 무엇을 빌며 이 탑들을 쌓았는지, 그 마음의 전부를 지금 우리는 알지 못한다. 다만 남은 것은, 골짜기를 가득 메운 채 지금도 무너지지 않고 서 있는 돌의 숲뿐이다.

"축지법으로 명산의 돌을 날랐다"
이갑룡을 둘러싸고 가장 널리 퍼진 이야기는, 그가 탑에 쓸 돌을 조선 팔도의 명산에서 가져왔다는 전설이다. 실제로 아래쪽 기단을 이루는 큰 돌들은 십 리 안팎에서 가져왔지만, 탑 꼭대기에 올린 돌들은 각지의 이름난 산에서 날라 왔다는 이야기가 오래도록 전해 내려온다. 문제는 그 방식이다. 사람들은 그가 먼 명산에서 이곳까지의 아득한 거리를 '단숨에' 오갔다고 말하며, 이때 축지법(縮地法)을 썼다고 전한다. 땅을 접어 먼 거리를 순식간에 이동한다는, 옛이야기 속의 그 신비한 도술이다.
물론 이것은 어디까지나 전설이다. 축지법이라는 것이 실재한다고 믿기는 어렵고, 설령 그런 것이 있다 한들 그것은 '빨리 가는 방법'일 뿐, 무거운 돌을 옮기고 탑을 쌓는 일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는 것이 학자들의 지적이다. 아마도 한 사람이 평생에 걸쳐 이 엄청난 돌탑의 숲을 이루어 낸 그 초인적인 노고가, 후세 사람들의 입을 거치며 '축지법'이라는 신비로운 이야기로 옷을 갈아입은 것일 터이다. 하지만 전설을 걷어 내고 보아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진짜 수수께끼가 남는다. 어떻게 이 탑들은 무너지지 않는가.

무너지지 않는 탑 — 과학은 무엇을 말하는가
이 골짜기에 서 있는 탑들 가운데 가장 높고 유명한 것은 '천지탑'이라 불린다. 아래는 하나의 몸통으로 쌓아 올리다가 중간부터 남북 두 갈래로 갈라지는 이 탑은, 높이가 13.5미터에 이른다. 접착제 하나 없이 자연석만 얹어 이런 높이를 세웠다는 것도 놀랍지만, 진짜 놀라운 점은 그것이 바람의 통로 한복판에서 백 년을 버텨 냈다는 사실이다. 이 미스터리에 대해, 사람들은 초자연적인 신비 대신 몇 가지 그럴듯한 구조역학적 설명을 내놓는다.
첫째는 탑의 형태다. 탑들은 대체로 아래가 넓고 위로 갈수록 좁아지는 원뿔 모양을 하고 있다. 무게 중심이 낮게 실리는 이 형태는 바람과 진동에 대단히 안정적이다. 둘째는 돌을 쌓는 방식이다. 큰 돌과 작은 돌, 모난 돌과 둥근 돌을 서로 아귀가 맞물리도록 정교하게 끼워 넣어, 돌들끼리 서로가 서로를 붙드는 구조를 이룬다. 접착제가 없어도 돌 하나하나가 이웃한 돌의 무게와 마찰로 제자리에 고정되는 것이다. 셋째로, 오히려 이 탑들이 바람 부는 곳에 있다는 사실 자체가 답의 일부라는 견해도 있다. 몸체 곳곳에 난 틈과 성긴 구조가 바람을 정면으로 막지 않고 사이사이로 흘려보내, 탑 전체가 받는 힘을 분산시킨다는 것이다. 이 모든 것이 오랜 세월 몸으로 익힌 한 사람의 감각 속에서 하나로 맞아떨어졌을 때, 비로소 무너지지 않는 탑이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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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 낀 겨울 새벽, 두 봉우리 사이 골짜기에 늘어선 돌탑들을 천천히 지나가는 장면 — 분위기를 재현한 영상이며 실제 기록 영상이 아니다.
겨울이면 하늘로 자라는 얼음
과학으로 설명이 되는 듯하면서도, 이 골짜기는 겨울이면 또 하나의 기이한 현상을 사람들 앞에 내놓는다. 바로 '역고드름'이다. 고드름이라 하면 처마 끝에서 아래로 자라나는 얼음을 떠올리기 마련이지만, 이곳의 얼음은 정반대다. 탑 앞에 정화수를 떠 놓은 그릇을 두면, 그 물이 밑에서부터 얼면서 위로, 하늘을 향해 뾰족하게 솟아오른다. 긴 것은 그 길이가 30센티미터를 넘기도 한다.
이 역고드름 역시 초자연적인 조화가 아니라 마이산의 특별한 지형이 빚어내는 현상이다. 두 봉우리 사이의 좁은 통로를 타고 아래로 세차게 쏟아지는 겨울 하강 바람이, 그릇에 담긴 물의 표면을 급격히 얼려 얇은 얼음 뚜껑을 만든다. 그 밑에서 물이 마저 얼며 부피가 팽창하면, 갇힌 물이 위쪽의 얇은 틈을 뚫고 밀려 올라와 하늘을 향해 얼어붙는 것이다. 결국 이 마이산의 두 봉우리는, 100년을 버틴 돌탑에게는 시험이 되는 그 거센 바람으로, 겨울이면 물을 거꾸로 자라게 하는 얼음 조각가가 된다. 같은 바람이 한쪽에서는 무너뜨리려 하고, 다른 쪽에서는 신비를 빚어낸다.

골짜기가 지켜 온 한 사람의 물음
전설을 벗기고, 축지법을 내려놓고, 구조역학과 지형으로 하나하나 설명해 보아도, 마이산의 돌탑들은 여전히 사람을 오래 붙든다. 그 힘은 초자연적인 신비에 있지 않다. 오히려 명백한 사실들이 나란히 놓여 있다는 데 있다. 한 사람이, 거의 홀로, 30여 년에 걸쳐, 접착제 하나 없이, 바람의 길목 한복판에 5층 건물 높이의 돌탑을 세웠고 — 그것이 백 년이 넘도록 무너지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그 탑들이 왜 무너지지 않는지를 이제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다. 낮은 무게 중심, 맞물린 돌들, 바람을 흘려보내는 성긴 구조. 하지만 그 설명이 끝나는 자리에도 답해지지 않는 물음 하나가 남는다. 한 사람이 평생을 바쳐, 무엇을 향해, 어떤 마음으로 이 숱한 돌을 하나하나 쌓아 올렸는가 하는 물음이다. 그 마음의 무게만은 어떤 구조역학으로도 계산되지 않는다.
오늘도 마이산의 두 봉우리 사이로는 바람이 지난다. 여름이면 태풍이 골짜기를 훑고, 겨울이면 하강 바람이 물을 거꾸로 얼린다. 그 사이에서 80여 기의 돌탑은 오늘도 조금의 흔들림 없이 하늘을 향해 서 있다. 한 남자가 맨손으로 쌓아 올린 이 돌의 숲은, 그를 신비로운 도인으로 기억하려는 전설과, 그것을 담담히 설명하려는 과학 사이에서 — 여전히, 조용히, 무너지지 않은 채로 남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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